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에 추기(鄒忌)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제나라에는 서공(徐公)이라는 사람이 미남자로 소문나 있었다. 어느날 추기가 아내에게 물었다. “서공과 나를 비교하면 누가 더 미남이오?” 아내는 서공이 결코 당신을 따를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추기는 다시 둘째 부인에게 물었다. 그녀의 대답 역시 본부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다음날 어떤 사람이 추기를 찾아왔다. 추기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가 슬며시 서공과 자기중에 누가 더 미남인가를 물었다. 그의 대답 역시 부인들과 똑같았다. “서공은 당신만 못 합니다.”
듣기 좋은 거짓말의 함정
이런 일이 있은 얼마후 서공이 추기를 찾아 왔다. 추기는 그를 상세히 뜯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자기는 서공에 비할바가 못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아내가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첩이 나를 미남이라 한 것은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나를 미남이라고 한 것은 나에게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궁궐에 들어가 위왕(威王)에게 고했다. “제가 진실로 서공과 같은 미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내는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의 첩은 저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를 찾아온 손님은 제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모두 저를 서공보다 미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제나라는 영토가 넓고 위세도 당당합니다. 나라 상황이 이러하니 궁중의 여인들과 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왕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고 조정의 신하들이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고 백성들 중에 왕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자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왕께서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을 하나도 못 가진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명(命)을 내렸다. 자신의 잘못을 직접 면전에서 간(諫)해 주는 자에게는 최고의 상을, 글로써 잘못을 알려주는 자에게는 중급의 상을,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비방하고 소문을 내어 왕의 귀에 들리게 하는 자에게는 하급의 상을 주겠다는 영(令)이었다. 이 영이 떨어지자 처음에는 왕의 잘못을 고하려는 군신(君臣)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자 간하는 자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몇 년 후에는 비록 간하고 싶어도 왕의 결점이 찾아지지 않았다. 위왕은 잘못을 지적 받을 때마다 곧바로 잘못을 고쳤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 나라들이 모두 제나라에 조공(朝貢)을 바쳤다. ‘전쟁의 승리는 조정(朝廷)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은 이런 것을 일컫는다고 전국책(戰國策)은 적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 받고 이를 고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 없이는 자기성찰도, 미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개인이 그럴진대 하물며 일국의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자기 성찰없이 미래발전 없다.
참여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일부 언론과의 화해를 모색하기로 한 모양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노대통령이 잘못했다거나 특정 언론의 시각이 편향됐다거나 하는 시비는 국민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다만 건전한 의미의 권언(權言)긴장 관계는 유지되는게 정치개혁이나 나라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통지를 받은 자민련 이인제(李仁濟)의원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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