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07:58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선무당이.....

요통으로 고생한 것이 몇 년째다. 요통이라는 병이 참 고약한 병이다. 병원에 가면 죽을병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진단을 내린다. 뿐만 아니다. 아프다고 소리 치면 웬 엄살이 그리 심하냐고 오히려 비웃기까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고통스럽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지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게는 요통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예고는커녕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 내가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심하면 앉아서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기어서 다녀야 한다. 직립동물인 사람이 기어다니는 고통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당사자 본인은 죽을 맛인데 의사들까지 만수무강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꽤 병이라고 웃어 버리니 더 기가 막힌다.

 

한번 요통이 오면 한 열흘씩은 꼼짝도 하지 못한다. 완치를 해보겠다고 별 짓을 다 해보았다. 치료 방법도 갖가지라 침을 잘 놓는 한의원이 있다면 불원 천리 찾아가고 물리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이 있다고 하면 또 그쪽으로 옮긴다. 하도 많이 돌아다녀 단골병원도 없고 치료하는 방법도 일정치가 않다. 그렇게 몇 년을 고생하다보니 만성이 되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큰 걱정에서는 벗어났다. 만수무강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니 거짓말처럼 낫고 멀쩡해지는 속성에 젖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언제 또 올지 몰라 예방으로 허리에 좋다는 운동도 제법 해보았고 보조 기구도 이것저것 갖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어줍잖은 돌팔이치료사가 된 셈이다.

 

허리 강화 운동을 해주어야 한다. 운동 중에서도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좋다. 매일 삼십분 가량만 매달려 있으면 다시는 요통 따위에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 전에 침대에서 허리를 비틀기부터 한다. 허리가 조금 풀렸다하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피가 역류해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 괴롭고 허리가 늘어나듯이 아팠다. 한 달쯤 지났을까? 조금 시원하다 싶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정기적으로 찾아오던 요통이 슬그머니 달아나고 말았다. 완치가 된 듯 싶었다. 요통에는 거꾸로 매달리는 것이 최고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 곳에서나 요통소리가 나오면 아는 소리까지 하게되었다. 요통 따위는 거꾸로 매달리기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나 겪는 고통쯤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내 건방을 비웃기라도 하듯 잠잠하던 요통이 또 찾아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리면 끝나는 일을 걱정할 일이 무엇일까? 한 것이다.

 

그날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사무실 계단을 내려오다가 허리가 삐끗했다.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귀가를 했다. 집사람이 또 요통이냐고 놀라 빨리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나는 무시하듯 웃어버리고 윗도리를 벗고 거꾸로 매달렸다. 아픈 허리를 잡은 체 두발을 걸고 엉덩이를 밀어서 반 바퀴 회전을 시켰다. 순간 뚝 하는 소리가 척추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컥 숨이 막혀 버렸다. 끊어질 듯 한 통증이 몰려왔다.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몸을 내릴 수조차 없다. 누가 옆에서 잡아주어야겠는데 거실에는 나 혼자 뿐이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 어찌나 통증이 심하던지 누가 고통 없이 죽여주었으면 하는 극단적이 생각까지 들었다. 집사람이 되돌아들어 왔을 때까지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천년의 지옥 같았다. 간신히 내려지고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까지 실려 가서도 통증은 가시지를 않았다.

 

"안질 걸린 눈을 손으로 비벼서 충혈 시킨 격이지요.”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이지경이 되였다는 소리를 듣고 의사가 비웃듯 말했다. 매달리는 것은 허리 강화 운동 일뿐 요통의 치료가 아니었다. 요통이오면 일단 안정을 취해야 하는 데도 오히려 허리에 무리를 준 내 미련함이 문제였다. 응급조치가 끝나고 간신히 집으로 실려왔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매사에 잘 알지도 못하고 짧은 지식으로 아는 체를 한 돌팔이근성 때문에 또 한번 죽을 고생을 하고 말았다.

 

/라대곤(소설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