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스컴을 통하여 갑자기 드러난 새집 증후군이 사람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집을 짓는 동안 사용된 각종 건축자재의 화학성분은 점차 기화하여 실내의 공기를 오염시킨다. 특히 이들 중의 유해가스는 사람의 호흡기나 피부로 유입하여 건강상의 폐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필자 본인도 수년전 이로 인한 피부염이 생겨서 오랫동안 고생한 경험이 있기도 하다. 그동안 새 아파트를 선호하던 많은 이들은 아마도 이 소식에 가슴 졸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내 아이의 천식이나 아토피성 피부가 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안타까워 할 수도 있다. 실제 도심의 아파트에만 거주했던 서울의 한 가족은 자연재료로 지은 전원주택으로 이주한 후 아이의 아토피성 피부가 말끔히 사라지고 부인의 두통과 불면증도 해소되었다는 이야기가 여성 잡지에 실린 적도 있다.
사실 이러한 실내의 오염된 공간 환경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염려하고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여 왔다. 일본의 한 학자는 콘크리트 건물의 실내 오염도를 실험한 결과 최소 3년은 경과하여야 그 유해성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경우 이미 건강주거(Healthy Home)에 대한 관심을 갖고 주거 환경의 유해성을 적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하 지질층에서 발생하는 라돈(Radon)에 대하여는 미국 전역의 라돈 분포 지도까지 분석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시키는 위험인자로 보고되어 있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이 라돈이 집안에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시공방법까지 제시되어 있다.
건강주거는 생태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태주거는 자연재료를 그대로 활용한 집으로 우리 한국의 초가집과 같은 것이다. 초가집은 흙과 나무와 돌, 한지 그리고 짚으로만 지은 가장 천연의 집인 것이다. 활용연한이 다 되어 폐기물이 되어도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건축자재로 지은 집이 바로 생태주거이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이 유기체인 사람에게 가장 좋은 집은 자연의 재료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오늘날 전원주택을 흙집이나 나무로 지으려고 하며 심지어는 도심 아파트에서조차 방을 황토 방으로 구성하기까지 한다.
독일, 미국, 덴마크, 이탈리아, 스리랑카 등 세계 전역에서는 적극적으로 생태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집도 직접 생태주거를 지어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단순히 자신들만 건가하게 잘 살자는 게 아니라 지구 환경의 생태적 회귀를 통한 사회경제 건강, 정신문화 건강, 음식과 생활 건강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가장 원시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이 실은 가장 건강하고 우리 후손을 가장 오래도록 보호할 수 있는 그러면서 신의 섭리에 가장 부합되는 조화로운 삶이었던 것이다.
/박선희(전북대 가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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