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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거꾸로 보기

우리시대의 지성이라고 회자되는 법정 스님의 글중에 "거꾸로 보기"라는 대목이 생각난다. 그의 글은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수필이라기보다는 시의 구절들을 모아둔 것만 같은 섬세함과 서정성이 듬뿍 들어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밑줄을 그으며 읽도록 하는 열정을 유발시킨다.

 

하루는 하도 심심하여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숙여 유심히 산을 관찰 하였다는 것이다. 그 때 마침 느릿느릿 저물던 땅거미도 평소의 땅거미가 아니요, 산세 역시 어제의 산세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왔으며, 따라서 모든 사물은 보는 각도를 달리하여 접근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주제였던 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접근하는 데에 있어서 이러한 "거꾸로 보기"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요즈음 우리들 주위를 둘러볼 때 괄목 할 만한 변화중 하나는 40대 이후 세대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돌리게 하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일 것이다. 이미 일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 또한 최단시간내 일천만명 관객 돌파를 기록했다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하여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마리아'등 한국영화의 부흥을 접하면서 "거꾸로 보기"를 해본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의 존치 여부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에서 보듯이 질 좋고 작품성 있는 한국영화의 제작은 소비자로 하여금 외화가 아닌 우리 영화를 찾도록 한다. 즉, 스크린쿼터제도의 철폐로 인한 외국영화의 무차별적인 개방은 영화인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불러 일으켜, 살아 남기 위하여는 질좋은 우수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숙제를 부과하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위기는 거꾸로 보면 기회인 것이다.

 

아울러, 농업인 입장에서도 우리 농업의 붕괴를 가져올 것만 같은 한·칠레 FTA의 발효를 앞 둔 시점에서 한국농업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희망해 본다. 본격적인 수입개방에 대비하여 질좋은 우수농산물의 생산을 위하여 산지유통센터등의 과감한 보완과 지원등을 통한 산지유통의 활성화에서부터 소비지 생산자에게 이르기까지의 농산물 유통을 좀더 과학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유통구조의 혁신을 통한 질좋은 우수농산물의 공급은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 농산물을 찾도록 하게 될 것이다. 이 또한 농산물수입개방 위기는 농산물유통구조의 혁신을 통한 우리농업의 질적 도약의 계기라는 "거꾸로 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농업인과 농업관련단체는 절망과 낙담의 자세에서 벗어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여야만 한다.

 

얼마전 100년만의 3월 폭설로 고속도로에서의 고립,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농작물 피해와 일부지역에서의 대형산불 발생등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움이 겪었다. 이 시점에 재난방재시스템과, 원리 원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국가기관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하여 더 이상은 인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신발끈을 매어야 할 것이다.

 

이제, 올해 추위는 폭설대란과 함께 끝이 나고 훈훈한 봄바람의 기운을 못 이겨 벌거벗은 가지는 새싹들을 틔우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할 것이다. 날씨가 풀리는 때일수록 한겨울의 추위에 대하여 "거꾸로 보기"를 하며 희망찬 새봄을 조용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북농협 본부장 고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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