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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탄핵, 말 장난, 코미디

지난해 가을 국회에서 보여준 장면. 대통령 측근비리와 불법대선 자금 문제가 쟁점이 됐을때다.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새를 받고 있었다. -장관 들으세요. '듣고 있습니다.' -장관 이런 얘기 들어 본적 있습니까? '지금 들었습니다.' 우문에 현답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까? 질문하는 야당 위원들은 꽤나 심각하고 때로는 비분강개 하는 모습이었지만 듣는 장관의 표정은 지극히 태평했다. 그 뿐인가. TV에 자세히 비춰지지는 않았지만 질문도중 장관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 웃는 모습도 보였다. 그게 무슨 뜻인가? 도대체 당신들 얘기가 가당치 않으니 웃음밖에 나올게 없다는 뜻 아닌가? 신문 가십란에는 이날 장면을 두고 장관이 정치판을 코미디라고 조롱했다는 설명이 실렸다.

 

정치판을 코미디로 본 장관

 

자 그랬으니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리 있나. 다음날 이어진 질문 공새. -장관 '코미디야 코미디' 라고 말한적 있습니까?. 여기서 강장관은 꼬리를 내렸다. '장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과는 정중(?) 했지만 그 순간에도 그녀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TV를 통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 됐다.

 

정치를 소극으로 만든 강장관의 죄과(?)는 왕조시대 같으면 곤장 맞아 마땅할 중죄다 남성 장관들조차 의원들의 하늘같은 위세에 기를 못 펴는 마당에 언감생심 새파랗게 젊은 여성장관이 고개를 빳빳히 들고 맞서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약과였다. 강장관이 조롱한 코미디가 진짜 정치권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은 탄핵안 국회 가결로 시끄러운 요즘이다. 어떤 논객은, '죽기살기로 싸울 이유가 없다.' 고 찬반 양측을 준엄히 나무라고 있지만 어느 한쪽도 상대방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집회를 파괴적이고 시대에 역행적인 포퓰리즘으로 단정짓는 세력이 있는 반면 국민여론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헌정 불안을 초래한 수구반동 세력의 횡포를 규탄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국민들이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라는 엄청난 사태에 갈등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의 진퇴가 걸린 국가 대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을 지지하는 단체의 주장대로, 친노(親盧)세력이 방송을 장악하고 탄핵안 반대를 사생결단으로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가장 소박한 논리대로 온갖 부정부패로 얼룩진 16대 국회가, 더구나 임기가 3개월여 밖에 남겨놓지 않은 마당에 임기가 4년이나 남은 대통령을 탄핵 할 수 있느냐는 '울분 섞인 성토'에 더 귀기울일 것은 당연 한일 아닌가

 

어찌됐던 탄핵안은 지금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들은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엊그제 보여준 말장난과 코미디다. 여의도 집회에 모인 그 많은 젊은이들이 '이태백이나 삼팔선'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이라고 발언한 사람은 홍사덕 원내 총무이고 탄핵안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강금실 법무장관과 문재인 변호사가 호텔에서 만나 협의 한 것을 두고 '혹시 두 사람간의 불륜 행위가 아니라면 그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고 주장한 사람은 전여옥 대변인이다.

 

 

탄핵 정국에 천막정치까지

 

이게 도대체 말장난인가 코미디인가.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공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현실인식이나 의식수준이 이 정도라면 한심 한일 아닌가. 더 웃기는 일은 따로 있다.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뽑은 한나라당은 당사를 여의도 광장에 친 천막으로 옮겼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어나 국민 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란다. 탄핵정국에 낯선 천막 정치라니 이거야말로 진짜 비장감(?)마저 드는 코미디가 아닌가

 

/김승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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