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에는 약 100여명의 직원이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고 있다. 대략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하여 오후 6시 이후에 개인 각자 일의 진척도에 따라 하루 일을 마친다. 따라서, 우리 건물에는 각양각색의 직원들과 천차만별의 외부인들이 오고 가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들중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사랑하는 직원과 외부인 몇몇에게 주목한다. 우리 건물의 환경정비를 위하여 약 한달전부터 일을 시작한 50세가 넘은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그 분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한 발 앞서 출근하여 5층에 이르는 공간을 닦고 빛을 내고 있다. 출근하면서 만나는 직원들에게 바쁜 중에도 먼저 활기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아침인사와 더불어 그야말로 신바람 나게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분을 만나는 직원들은 아침의 활기를 함께 나누며 하루를 산뜻하게 출발하고 나 역시 그분에 대해 예외는 아니다. 혹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청소를 하면서도 주어진 일에 열심과 신명을 다하는 우리 아주머니의 생활에서 자족하는 삶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교훈을 얻으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우리 사무실에는 구두를 닦고 수리 해주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1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구두를 닦고 수리하는 그 아주머니는 100여 켤레에 이르는 구두의 주인이 누군가를 다 기억하고 있다. 언제 구입했으며 언제쯤 수선이 필요하며 등등 구두의 이력에 대하여 줄줄 외고 있다. 직업의식으로 치자면 그야말로 프로급의 선수다. 구두를 닦고 광내는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아주머니이다. 몇년째 같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는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과 신명나게 일에 임하는 또 다른 아주머니에게서 주어진 일에 자족하는 삶을 발견한다.
아울러 이른 아침을 활기차게 여는 이들을 추가하자면, 직원들이 하루를 충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이들이다. 사무실 내외부의 환경정비와 사무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직원들이다. IMF경제대란이후 근무조건은 열악해 졌으나, 묵묵히 자신들의 일과 직분을 수행하므로써 이 건물은 아무 탈 없이 오늘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족하는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요즈음 돌아가는 우리사회를 되돌아 본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가정경제는 어렵고 혼수 때문에 이혼을 한다는 암울한 기사들을 접한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수준을 조금만 낮추고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문화에서 벗어나 실리를 추구하며 주어진 여건에서 자족하는 삶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비록 힘들더라도 보람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를 어떻게 버느냐 보다는 얼마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동서양을 통털어 부자들의 불문율이다. 비록 소득수준이 낮더라도, 임금이 낮더라고 나의 적성에 맞고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나서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나아질 것이다.
/고영곤(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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