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무너지고 있다.
거리의 간판이나 각종 상품명은 물론, 일상생활 곳곳에서 낯선 외래어가 판을 치고 맞춤법도 맞지 않는 표지판 등이 난무하면서 우리의 말과 글이 상처를 입고 있다.
인터넷과 무선통신 등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은어와 비속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국적불명의 ‘외계어’까지 난무해 한글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
누군가는 대화할 때 영어나 신조어 하나쯤은 들어가야 ‘교양인’인 척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똑같은 모국어를 쓰면서도 언어소통의 장벽을 적지않게 느끼고 있다. 마구잡이로 뒤섞어 만든 신조어 등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글날을 맞아, 무너지는 한글의 실태를 조망하고 한글사랑을 되짚어본다.
“항샹 ㅎĦ프ŦㅎĦⅱ” “øよøぎㅎビλĦㅎコ_¤” “パŁㄹБㅎЙ♡ ” “ㅈ┓ ㈏英二ㅇ‡욥!!” “딥뜨 二뿐쁭ㄱ┑二 느武 죠㉵여!!!” “스학Øㅕ행ㄱŁㅅㄱ 잼ㅇŦ께 놀ㅈㄷ。ㅎ_ㅎ*”
컴퓨터상의 깨진 문자가 아니다. 10대들이 인터넷 상에서 즐겨 쓰는 이른바 ‘외계어’인, 기성세대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인 것이다.
각각 ‘항상 행복해’‘안녕하세요’‘사랑해’‘저 나영이에요!!!’‘디게 이쁜것이 너무 좋아요!!!’‘수학여행가서 재미있게 놀자’를 뜻한다.
네티즌들은 일어, 한자, 그리스 문자는 물론 컴퓨터의 도형 모음 등에서 한글의 자음이나 모음과 모양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 개별적으로 외계어를 만들어 통용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언어 습득력이 높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표현 방법을 모르면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까지 당할 정도라는 것. 통신언어와 일반 언어를 구별하는 성인과 달리 이들은 일생 생활에서도 그대로 통신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글 사용에 대한 혼란은 물론 우리말 체계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적불명 사이버언어 ‘홍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쓰이는 통신언어의 절반 이상은 은어와 비속어, 또는 무질서하게 급조된 국적 불명의 말들이다. 이미 통신언어는 세대간의 의사소통 단절까지도 염려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티즌들은 자기들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맞춤법 체계를 무너뜨린 표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아저씨’를 ‘아됴씨’로, ‘고마워요’를 ‘곰아버영’ 등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더욱이 한 걸음 나아가 ‘ㅋㄷㅋㄷ’ ‘ㅎㅎㅎ’들처럼 아예 초성의 낱소리 글자만으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음절을 줄여서 적는 현상도 이미 보편화한 지 오래. ‘강아지’를 ‘강쥐’라 하거나 ‘미안하다’를 ‘먀나다’로, ‘남자친구’를 ‘남친’으로 줄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나 비속어들도 진화를 거듭, 거칠고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당근이지’ ‘허접하다’등은 40대들에게도 익숙할 만큼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말들에 있는 게 아니라 비속어에 가까운 은어의 남용에 있다. ‘거짓말하다’를 ‘쌩까다’라고 하거나, ‘화난다’를 ‘짱난다’로, ‘무시당하다’를 ‘씹혔다’로 부르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언뜻 듣기에도 귀에 거슬리는 이러한 은어들이 청소년들의 일상어가 되다시피하고 있다.
△‘곰아버영’이 무슨 말인지 아세요
한글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일부의 지적은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다.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쏘주나 한 잔 꺽을까?” “니가 쏘면 나는 탱큐지” “그러지 말고 선배 꼬셔서 벗겨먹자” 등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은 대화다.
이처럼 기성세대들조차 외국어와 비속어 등을 무의식적으로 남발하면서 ‘한글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올바른 통신언어사용을 위한 교육과 국어문법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5백58회를 맞은 한글날,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위한 애정이 얼마나 두터운지 되돌아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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