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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새만금 제발 그냥 두라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던 지난 8월 중순에 중국의 고구려유적과 백두산 등지를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 창 밖으로 높고 낮은 푸른 산들이 빼곡한 우리 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땅에 반듯한 큰 길부터 만들고 커다란 건물을 하나씩 세워나가는 중국의 신도시의 모습을 떠 올리면서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산지가 많은 작은 땅덩어리마저 남과 북으로 갈려, 가파른 산업화의 길로 달려오면서 우리에겐 웬만한 땅이라고는 남지 않게 되었다. 대규모의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통 크게’ 일을 벌일 만한 자리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저런 상념 끝에 새만금에 생각이 미쳤다. 전북 군산과 부안을 잇는 33㎞의 방조제 안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0배 쯤 되는 8천5백만 평의 땅과 3천6백만 평의 담수호를 만드는 대역사! 우리나라 어디에 이만한 땅이 남아있을 것이며, 어디에 또 이만한 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전북의 큰 자산이요 희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큰 땅’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방조제공사가 이미 80%의 진척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물막이공사를 앞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의 개발방향에 대해서도 540홀 규모의 골프장이니, 동양최대의 카지노 건설이니 하는 식으로 중구난방식 개발계획이 떠돌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

 

나는 이렇게 제안하고자 한다. 새만금을 그냥 두라고. 일단 농업기반공사에 맡겨 방조제공사 등 기초적인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자고. 그런 연후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개발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섣불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한테 의사가 되라, 박사가 되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은 우리 내부의 조정능력이 그런 ‘큰 땅’을 설계하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못하면 우리 아들딸들이 하면 될 일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서 스스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나갈 때이다.

 

/채수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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