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인류의 문명 탄생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따라서 도시의 발달과 도시인들의 활동에 대한 논의는 늘 인류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접근수단으로 간주되었다. 도시가 갖는 이러한 중요성은 근대 이후로 올수록 더욱 커진다.
한국사회 역시 근대화과정에서 산업구조는 물론, 공간 및 의식구조 등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변동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급격한 도시화로 현실화되었다. 즉 산업화와 도시로의 인구집중, 도시에 치우친 정치경제 및 사회문화 활동의 제도화가 곧 근현대 도시 형성의 한국적 경로였으며, 그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 결과 서구의 근대도시 등장이 자율적 시민계급과 생산주체의 형성 및 그들의 정치경제학적 역할에 의해 가능했던 것에 반해, 우리는 급격한 도시화로 건전한 도시주체세력을 형성시킬 겨를조차 없었다.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지만, 과연 우리 도시의 공기가 어떠했는지 또 어떠한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지역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도시화는 근대화라고 하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중요한 측면으로 자리잡아왔다. 더욱이 도시화가 산업화와 함께 도시적 문명 내지 도시사회를 형성시켜왔음을 고려할 때, 지역 중소도시의 주요 과제 역시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각종 역기능의 해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의 도시정책은 인플레상태에 놓여있다. 이제 신도시나 뉴타운이라는 말은 조금 색이 바랜듯하고, 여기에 각종 수식어가 붙어 예컨대 기업도시, 복합레저도시, 웰빙도시는 물론 혁신도시에 이르기까지 각종 도시정책구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신행정수도의 이전과 관련해 헌재의 위헌 판결까지 나온 마당이어서 한국의 도시정책은 그야말로 혼선을 겪고 있다.
물론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에 자족적 복합 기능도시의 조성권을 부여하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며, 서울의 과밀과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특별시'를 추진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것 역시 무엇보다 국토의 균형과 도농간의 소통에 기반한 지속발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도시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기초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도시 구도심의 공동화대책은 물론 생산과 유통, 주거와 정보문화의 조화를 포함하는 한국적 도시공동체의 실현이어야 할 것이다.
도시민 절반 이상이 은퇴 이후 도시근교 또는 농촌으로의 이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한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욕망으로 가득찬 병든 도시, 흩어진 모래알로 비유되는 도시민들의 고독을 꽃으로 치유하겠다는 어떤 설치 예술가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도시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향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할 때라 하겠다.
/김민영(군산대교수·환황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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