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넝쿨이 에헤요 벋을 적만 같아서는 온 세상을 어리 얼시 뒤덮을 것 같더니만, 초가삼간(草家三間) 다 못 덮고 에헤요 에헤야 둥글 박만 댕글이 달리더라 에헤요 달리더라.”
김소월의 넝쿨타령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왜 이시가 자꾸만 떠올려지는 것인가. 이 당연한 사실을 두고 김소월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아마 이 시대를 살았더라도 순박한 국민들을 대신해 이런 시를 읊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우리국민은 순진한가. 진정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박 넝쿨이 온 세상을 뒤덮을 거라고 믿을까. 완장을 차고 말하는 그 숱한 말들을 기억이나 할까.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한 그 언어의 조각들, 날마다 새롭게 개발되는 어휘력으로 깜짝 놀라게 하지만, 오늘도 의미 없는 말잔치로 끝나는 말의 성찬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교육부총리 선택을 두고 말이 많다. 적임자라 선택받은 그가 여론의 심판대위에서 철저하게 벗겨지고 말았다. 결국 물러났고, 국민은 또 한 번 허탈해했다. 진정 그만한 사람이 없었는지, 있어도 자기편이 아니기에 무시한 것인지, 여야 간 오가는 말만 거칠어질 뿐, 국민만 서로 진솔하지 못한 말장난에 속이 더부룩하고 매스꺼워 했다.
더욱이 큰소리치던 그가 여론에 밀리자 꼬리를 내리고 살아지는 뒷모습은 속을 아리게 했다. 그러나 선택의 잘못에 대하여 누구하나 책임지겠다거나,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면 세치의 혀를 ××하겠다거나, 아니면 국민에게 석고대죄라도 하겠다는 이는 하나도 없고, 이 시각도 자꾸 박넝쿨이 세상을 뒤덮고 남을 거란 말만 다시 포장하고 있는 당신들에게 보스인가 리더인가를 확실하게 묻고 싶은 것이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한다 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니라 했다. 참으로 슬기로운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지만, 한번 말하면 행동에 이로운 말만 한다했다. 말이 많고 달변이라 해서 반드시 슬기로운 것이 아니라 했고, 겉만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내실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린 알고 있다.
분명 박넝쿨이 온 세상을 다 뒤 덮을 거라 얘기해 놓고, 누구하나 우롱해서 죄송하다거나 죽을죄를 졌으니 책임을 지겠다는 여야 정치인을 우리는 본적이 없다. 일부 위정자들은 자동판매기처럼 동전(국민의 세금)을 무기삼아 그럴듯한 말만 뽑아내는 기계였다. 한 번 찌그러지면 다시 회복되지 못하는 빈 깡통인 그들은 진정한 리더가아니라. 자신과 가신(家臣)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보스에 지나지 안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싫어도 우리들의 사람인 것을, 따라서 지금은 함께 고민하고, 용서하고, 동정하며 함께 통곡할 때이다. 박 넝쿨이 세상을 덥지 못하듯, 권력 또한 아침 이슬 같은 것임을 일깨워 줘야할 때이다.
말을 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얻은 빨간 완장이라면 하루 빨리 벗게 하고, 그 자리에 진정한 리더의 꿈을 가진 자가 서게 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냉철하게 가르마를 타야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우리의 권리를 도둑맞지 않도록 철저한 뒷문 단속을 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한교(전북기능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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