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목포에서 "큰 판을 벌리겠다"고 발언한 이후 전남의 'J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싱가폴 자본을 위시한 33조 규모의 외자가 조성될 계획이고, 지난 연말 '기업도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레저관광 기업도시'를 위한 제도적 틀도 이미 갖추어졌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날 광주일보는 해설기사에서 '전북이 새만금에 국제관광도시를 추진할 것에 대비하여' 추진 일정을 앞당겼음을 밝히고 있다. 새만금을 바라보는 전남권의 미묘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J 프로젝트'는 무안군 삼호면 일대 간척지 2천만평을 중심으로 인근 해남군 화원반도까지 연계되는 대규모 관광단지개발 프로젝트. 새만금과 동일한 '간척지'임에도 환경단체의 별다른 저항은 체감되지 않는다. 부러운 일이다.
새만금에 540홀 골프장을 짓는다는 기사가 나간 날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한심한 전라북도'라는 톱 기사를 썼다.
도무지 전략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환경적인 '국제관광기업도시'를 만든다고 하면 될 것을 '골프장 540홀'은 왜 집어넣어 스스로 발목을 잡는단 말인가!
전북의 미래는 문화ㆍ관광ㆍ영상산업에 달려있다. 그러나 새만금이 정처 없는 표류를 계속하는 가운데 J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전북의 관광산업은 일단 '미래'가 없다.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연간 '천만명'의 중국인들이 왜 전라북도까지 올라오겠는가.
그렇다면 '문화'쪽은 어떤가? 광주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추진단은 총 2조6천억이 투입되는 마스터 플랜의 세부내용을 가다듬어 가고 있고 이미 본부장을 비롯한 실무조직까지 꾸려진 상태이다. 광주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가 되면 전주는 그나마 남아있는 문화적 자산마저도 '광주'라는 거대한 '블랙 홀'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문화산업에 있어서 전북의 구심력은 존재하기 어렵다. 광주라는 강력한 원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인 전주의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은 올바른 전략이다. 하지만 갈 길은 너무 멀고 험산애로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상산업은? 광주는 HD영상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HD 포스트 프로덕션 구축사업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세계적인 가수들을 불러와 녹음할 수 있는 녹음 스튜디오 분원 유치작업도 쾌속 진행 중이고, 미래 영상산업의 핵심인 '컴퓨터 형성 이미지 (CGI) 사업에만 산자부와 매칭펀드 방식으로 5년간 300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영상관련 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500억 규모의 '컨텐츠 제작 펀드'가 내년까지 조성된다. 영상산업은 대형프로젝트와 인프라, 그리고 펀드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유연하고 담대한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광주는 이 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전북은 영상산업에서도 촬영장소나 제공하고 '밥장사'나 하는 수준에서 주저앉게 된다. 안타까운일이다.
전북의 문화ㆍ관광ㆍ영상산업은 한마디로 '시계제로'의 안개속이다. 이대로 가면 10년이내로 150만까지 인구가 줄어들지 모른다. 일자리가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전북에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대담하고 전략적인 정책들이 신속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안된다. 정책당국의 과감한 발상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두엽(예원예술대학교 방송·공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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