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강한 사람을 “혈기(血氣)가 왕성하다”고 얘기한다. 건강한 사람은 ‘피와 기’가 몸속에서 자유롭고 힘차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겉으로 봐도 그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만일 피가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막히면 어떻게 될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이 박동을 멈추면 누구나 죽게 된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어떤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 결론부터 말하자.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고 활기차게 소통되는 사회다.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보가 통제되고 ‘강제’되어서는 안된다.
피가 우리 몸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듯 다양한 생각들이 사회 내에서 자유롭게 표출되고 말해질 수 있어야 한다. 의견의 소통이 제한되거나 막히면 그 사회는 ‘열린사회’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적인 ‘닫힌사회’가 되고 만다. 과거 독재주의나 권위주의체제는 지배층의 생각을 피지배층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닫힌 사회’는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최근 우리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많은 영역에서 토론이 활발해졌다. ‘토론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론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선거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각 방송국에서도 토론 프로그램을 주요 시간대에 편성하고 활성화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두말할 필요없이 민주주의가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토론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고 상대방이 지적한 문제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방어하며,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효과적으로 납득시키는 것이다. 기원 전 5세기경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번영시켰던 페리클레스는 “토론은 행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현명한 행동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토론은 지혜와 합의를 매개하는 과정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심장의 박동을 통해 사람이 건강하듯 전라북도도 이제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 만들어 지도록 ‘토론 전북’이 되어야 한다. 계몽주의자인 볼테일이 말했듯이 나의 의견이 중요하듯 상대의 의견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전제하에 전북 도민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서로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2백만 전북도민의 생각이 ‘강제’에 의해서 하나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토론과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토론을 통한 설득이 아닌 일방적인 ‘강제’는 일시적으로 복종을 가져오지만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기 때문에 책임감을 약화시키고 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며 여론을 분열시킬 뿐이다. 소수의 의견은 ‘강제’가 아니라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다수에 승복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전북의 힘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송기도(전북대교수·정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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