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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식파라치로 해결한다고

언젠가 농산물 시장을 지나다 쓰레기더미를 뒤적거리던 노인을 보았다. 시들어 버려진 무청과 배춧잎 속에서 쓸 만한 것을 고르고 있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볏짚으로 시래기를 가지런히 엮어 응달진 처마 끝에 달아 두었다가, 시래기죽을 끓여 주셨던 어머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이 시래기 맛을 안다.

 

겨울에 시래기와 민물고기 그리고 고추장을 적당히 풀고 자글자글 지져놓으면 그 맛은 최고의 별미였다. 그러나 요즈음엔 먹긴 먹어도 그 맛이 개운치가 않다. 몸에 이롭다하여 무조건 먹었다간 낭패 보기일쑤다, 왜냐하면 그 출처가 분명치 않고, 어디서 어떻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깔을 좋게 하기 위해 농약을 치거나, 방부제를 뿌리는 행위가 보통의 일로 되어버렸다.

 

밝은 세상에 많이 배워 절대속지 않을 것 같은데도, 그럴듯하게 포장된 현물에 속고 마는 사람들, 속을수록 불신의 골은 깊어져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다.

 

이 병은 현대의 첨단의학의 힘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양심을 속이는 행위로, 세상을 각박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제 일상처럼 되어버린 불량식품 사건들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사는 우리들, 서로 속여야 살 수 있다는 왜곡된 감각으로, 콩나물에 농약을 뿌리고, 두부에 석회를 넣고, 톱밥을 염색해 가짜 고추 가루를 만들고, 생선 배를 갈라 쇠붙이를 넣거나, 공업용기름으로 닭튀김을 해야만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정말 우리는 적자생존의 피비린내 나는 밀림 속에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진정 속이지 않으면 그냥 당하고 마는 것인가. 더불어 공생하기 위해 상생의 정신으로 살아야할 우리가, 인간의 몸속에서 살을 파먹고 사는 기생충의 역할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불량식품 제조·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바로 엊그제 대보름 음식을 준비하기위해 사온 고사리 신문 포장지에서 불량식품을 제조·판매한 행위를 신고하면 1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는 기사가 눈에 번쩍 띄었다. 개정된 ‘식품위생법’ 을 7월부터 시행한다는 내용 끝에, 이제 거액의 포상금을 노린 ‘식(食) 파라치’ 가 등장할거라는 기사를 보며 국내산이라 표시된 고사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포상금으로 불량식품을 근절시킬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그동안 아주 작은 식품법하나 똑바로 세우지 못한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소위 우리를 이끌고 가는 무리들이다.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일 없이 문제를 묻어 버렸던 사람들, 자기의 이익에 반하면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라목처럼 몸을 움츠리는 사람들, 아니면 말고 라는 무책임한 소신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바로 그 사람들, 때로 돈과 권력이 있다하여 텃밭에 자신만을 위해 먹을 것을 심어 거두거나, 대한민국을 가장 많이 사랑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슬퍼지기까지 한다.

 

지금에 국민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을, 존경까지는 못해도 원칙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지금처럼 부운 간덩어리를 다스리듯 극약처방을 내리면, 이웃 간 불신과 포상금만을 올리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스스로 법을 지키며, 고무줄 같은 법을 바로 잡아서, 한탕 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도록 국민정서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이한교(전북기능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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