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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된장찌개와 전통문화

얼마 전, 독일에서 일시 귀국한 귀금속 공예가를 만났다.

 

KBS-TV의 월드넷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한 그는, 15년간 한지의 특정 부면에 금과 은 등의 귀금속을 얇게 입히는 작업을 해왔다.

 

한지의 얇은 표면에 귀금속을 입히기 위해서는 용접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가 특허 출원한 특수한 기술을 활용해야한다.

 

한지의 물성과 귀금속의 물성이 ‘전해주조 기법’이라는 첨단기술을 통해 절묘하게 만나는 그의 작품은, 유럽 각국의 전시회에서 큰 상을 받으므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바 있다. ‘천년의 종이’ 한지가 세계의 귀금속 공예가들에게 재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문화는 비유하자면 맛있는 된장과 같다.

 

한때 그 소중한 가치가 잊혀지고 천대 받기도 했지만, 오래 세월 설움을 이겨낸 ‘콩쥐’처럼 전통문화는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된장은 된장 ‘그 자체’로는 고급 요리가 아니라는데 있다.

 

된장국을 끊이던지 된장찌개를 끊여야 비로소 맛있는 음식이 된다.

 

된장국도 아욱을 넣거나 시금치를 넣거나 마른 새우를 넣어야 맛이 나듯이 전통문화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탄생되어야 감칠맛이 나게 된다.

 

물론, 오래된 옛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깡장을 밥에 쓱쓱 비벼먹는 맛이나 묵은 된장에 고추를 박아 삭힌 그 오묘한 맛을 버릴 수 없듯이 전통의 깊은 맛은 ‘그 맛 그대로’ 가야한다.

 

근본을 소홀히 하고 시류만 좆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문화는 보전의 측면과 산업화의 측면 양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전통문화가 ‘산업화’ 되지 않으면 ‘지속가능’ 해지기 어렵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동네 비지떡으로는 안된다. 명품(名品)만이 살아 남는다.

 

전통문화가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개의 다리(Bridge)를 넘어가야 한다.

 

첫째는, 디자인이라는 다리.

 

외국의 일본식당에 놓인 조그만 우산과 같은 소품들을 보라.

 

그 디자인의 정교함과 미적가치가 일본문화를 상징하지 않는가.

 

둘째는, 마케팅이라는 다리.

 

한 나라의 문화를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순수예술보다 공예산업이 가장 접촉 면적이 넓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예를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없다. 그러니 글로벌 마케팅은 더 말해 무엇하랴.

 

마지막으로 디지털 콘텐츠 라는 다리다.

 

이 세 개의 다리를 넘어가지 않고는 전통문화는 결코 산업이 될 수 없다. 산업이 안 되면 인력이 양성되지 않고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전라북도는 ‘전통문화의 산업화’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전주 전통문화 중심도시 추진과 관련, 과학기술 분야의 KAIST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전통문화산업 연구원’을 만들고 국내외 인재들을 과감하게 유치하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전주로 불러 모으자.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는 큰 구상이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불행하게도 전북의 ‘전통문화 산업’은 내일이 없다.

 

/이두엽(예원예술대 교수·방송공연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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