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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脫 권위주의시대의 전북

송기도 전북대교수

한 사회에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제약하는 여러가지 ‘금기(taboo)’들이 있다. 이들 금기들은 한편으로는 그 사회의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한 도구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나 행동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이란 오늘의 금기를 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지난 2년간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탈권위주의’라고 할 수 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노 대통령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종전의 비합리적 권위주의로 인한 의사결정 구조의 왜곡을 줄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평했으며, 한나라당은 노정권의 최대 실정으로 ‘경제정책 실패’를 꼽았지만 잘한 일로는 ‘권위주의의 완화’라고 지적했다. ‘권위주의의 해체’가 국민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지난 2년 노정권의 최대 업적인 것이다.

 

권위주의의 해체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던 ‘국론통일’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렸다. 지난 수 십 년간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말은 의심없이 폭넓게 받아들여져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왔다. 국론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이 됐다. 왜 국론은 통일되어야 하는지, 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안되는지 이의를 제기하거나 비판할 수 없었다. 이러한 국론통일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있다. 내 생각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함께 뭉치면 살고 나와 헤어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집권자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가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간주됐으며, 때로는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다.

 

이제 한국사회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성숙해 졌으며 다양한 집단들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권위주의 해체는 국론의 통일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더 이상 국론은 통일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견 통일이 아니라 사회 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서로간 토론을 통해 다수 의견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함께 경쟁하며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건전한 토론을 통한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오늘의 소수의견이 내일의 다수의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수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소수는 다수의견에 승복하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노무현 정부의 권위주의 완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우리 전북은 어떠했는가? 새만금사업, 방폐장 유치, 동계올림픽 유치등 주요한 정책결정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각은 자유롭게 표출됐고, 또 소수 의견은 충분히 존중되고 반영됐는가? 혹 전북도민의 생각은 통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특정의견에 반대하는 생각은 전북발전을 해치는 것이라고 매도하지는 않았는가? 21세기 전북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일이다.

 

/송기도(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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