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교 전북기능대 교수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한다하여 울분을 토하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중국은 아예 눈과 귀를 막고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고, 일본은 갑자기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할 뿐, 뒷북만 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마치 소경이 눈먼 말을 타고 달리는 것 같이 불안하다. 국민이 손가락을 자르고, 목이 터져라 울분을 토하고 있지만, 이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그들(고위공직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준비로 대비해왔다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국정부에 대하여, 속 시원하게 항의 한번 해 본적이 있었는가. 독도를 훔쳐가려는 일본의 음모를 짐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취임한 경찰책임자의 독도 방문을 막았던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가야할 당위성에 대하여 한마디 주장도 없이, 방문을 취소한 그 또한 진정 독도를 사랑하는 경찰의 최고 책임자였나, 이제 와서 온 국민에게까지 개방한다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아닌가. 잃어버린(국민의 자존심) 소는 찾을 수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그 소가 외양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아무튼 인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아무런 대책을 세워 놓지 못한 과오에 대해서는 인정해야할 것이다.
5년 전 경찰청에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을 비롯한 비리공직자 등 부정부패사범 5600여명을 검거했는데, 비리공직자가 157명, 사회지도층 인사가 32명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부동산 투자에 수십 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던 경제부총리, 땅 투기로 수백억 원을 벌었지만 지난일이니 물러날 수 없다고 한 국가인권위원장, 아들을 부정 입학 시킨 전 교육부총리, 아들의 답안지를 선생으로 하여금 대리 작성케 한 검사, 수십억대의 내기 골프를 친 판사 등, 새로운 정부에 들어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리와 부정부패가 사회 곳곳의 핵심적인 위치서 생기고 있질 않는가. 그런데도 나라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한다”고 이순신처럼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하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갔다는 얘기다.
국민은 알고 있다. 그들은 대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을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입버릇이라는 것을, 누군가 대중이란 대단히 어리석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이로운 일조차 힘들고 불편하면 실천하기를 망설인다 했다. 그러나 한뜻으로 단결될 때 분출되는 힘은 엄청난 것이라 했으니, 이순신은 “전쟁터에 나가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싸움은 머리와 요령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군사 하나하나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이순신이 배의 가장자리만을 꾸미려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역사는 지식과 권력 그리고 돈만 가지고 그럴듯한 말만을 선택하여 쓰여 지는 드라마가 아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성,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가슴으로 쓰여 지는 것이다. 지금 와서 유창한 말잔치 보다는, 이웃나라의 불순한 행위에 대하여 눈치 보듯 미봉책을 찾기 보다는, 스스로를 이순신과 닮은꼴처럼 포장하기 보다는, 일본에 대한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이 일방적인 분노로 끝나지 않도록 그들(고위공직자)은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한교(전북기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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