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07:5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공공기관'이라는 시한폭탄

송기도 전북대교수

지금 온 나라를 억누르는 시한폭탄 하나가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가고 있다. ‘공공기관’이라는 시한폭탄이다. 4월 12일 한나라당 박계동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지역별 공공기관 이전 계획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는데, 180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70개는 충청, 53개는 영남, 그리고 호남은 33개, 강원 12개, 제주 10개, 기타 2개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호남 33개중 전북은 12개로 전체 180개중 6.6%를 차지하고 있다.

 

박의원은 “계획안에 따르면 충청권과 영남권이 이전 대상공공기관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며 “호남권과 강원권에 대한 푸대접이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물론 이해찬 총리는 답변에서 문건이 조작된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총리는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에서 4개의 복수 안을 갖고 심의중이며 5월중 마무리할 방침”이며, “공공기관이전은 지역에 균형되게 배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대답했다.

 

진위여부를 떠나서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박의원의 발언을 일부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큼지막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푸대접 받고있는 호남권과 강원권으로 보다 많은 공공기관이 이전되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것이 박의원과 일부 보수언론들의 진정한 생각일까? 혹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은 아닐까? “손 안대로 코푼다”고 공공기관이전이 잘못되고 있으니 그렇게 할 바엔 하지 말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들은 신행정수도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해왔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국토의 11.8%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에 인구의 49%가 모여 있으며 중앙 행정기관의 84%, 대기업 본사의 91%, 10대 명문대의 80%가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은 과밀화되어 교통혼잡, 환경오염, 토지와 주택의 부족 등으로 시달리고, 지방은 인구와 자원의 유출로 저발전과 정체에 빠져있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불균형성장의 결과이다.

 

역대정부는 지방의 발전을 강조했지만 수도권은 더욱 더 팽창돼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토의 효율성저하로 국가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판단한 참여정부는 분권과 분산을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국이 개성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일부 수도권 정치인들, 그리고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은 신행정수도 이전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공공기관 이전을 제일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공공기관이전이 물거품이 되면 제일 이익보는 사람일 것이다. 첫째는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할 뿐이지 수도권에 있는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데 왜 지방으로 일하러 내려가겠는가? 공공노조에서 공식적인 반대만 없을 뿐이다. 둘째, 수도권 정치인들이다. 서울시장을 필두로 한 정치인들의 반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이들은 정치생명을 걸고 수도 서울을 지키는 것이다. 셋째, 야당인 한나라당이다. 지역에 따라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일이 못마땅한 것이다. 표를 의식해 함부로 말 안하지만 불편한 심기가 드러내고 있다.

 

지역이 자신의 밥그릇만을 생각해 다투기 시작하면 바로 그 순간이 시한폭탄이 터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한국은 영원히 ‘서울 공화국’이 되고 만다. 폭탄이 터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은 반목하지 말고 서로 힘을 합쳐 서울과 싸워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송기도(전북대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