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오는 30~31일 무주에서 워크숍을 갖는다. 총체적 무력감에 빠진 당의 위기 실태를 점검하고 타개책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란다. 우리가 열린우리당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무현 정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면서 개혁적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들은 작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준 터다.
개혁은 개혁적 대통령과 개혁적 국회가 동시에 충족되었을 때라야 온전히 추진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 찾아온 개혁의 호기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지난 1년을 허송세월하면서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재·보선 23대 0의 참패는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1년 동안 헛발질만 해놓고서 지지받기를 바랬다면 도둑놈 심보다. 이번 워크숍이 무력감을 털고 일어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왜냐면,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사고방식이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문 의장은 느닷없이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더니 개혁 원리주의를 비난했다. 당이 위기를 맞은 원인이 개혁 원리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생뚱맞다’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황당한 발상이다. 진짜 원인은 바로 의장이란 사람이 이렇게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데 있다. 게다가 당내에는 ‘개혁 지상주의’니 ‘개혁 순결주의’니 하는 해괴망측한 망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와 더불어 소멸할 것이라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저주’가 적중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문희상 의장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실용 원리주의자’인가? 도대체 누가 열린우리당을 지리멸렬하게 만든 ‘개혁 원리주의자’인가? 개혁과 실용이 양자택일의 배타적 선택지인가?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말했을 때, 열린우리당은 그것을 실천에 옮겨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분탕질만 치다 말았다. 과거사법을 그렇게 누더기로 만들어놓고 희희낙락하는 안이함이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농락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구조개편기구의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통신)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선무당들이 설쳐대고 있다.
원혜영 정책위원장은 당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의장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문 의장은 당의 정체성을 혼란에 빠지게 함으로써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문 의장이 구심점이 된다는 것은 당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돌입하게 만드는 하수 중의 하수다. 개혁을 제대로 실천에 옮겨보지도 않고 개혁 원리주의 탓을 하는 위인이 아닌가. 사심을 버리고 열린 사고를 하지 않는 한 워크숍 따위 백번을 해도 신통한 처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