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 거짓말 잔치는 언제 끝나겠느냐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을 놓고, 끝까지 시치미를 때는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며, 때만 되면 나타나 이 나라의 주인공처럼 설쳐대는 역겨운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당신은 누구이며, 썩은 양심의 악취로 코가 뭉그러지는데, 억울하다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국민이 늘어나는데, 왜 당신(일부 정치인)들은 거짓말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실타래처럼 엉킨 세상이다. 이 현실의 난제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이 세상에 없는 이순신 장군에게 물을 수도 없고, 잘되겠지 생각해 보지만, 말만 무성하여 더욱 혼란스럽다. 거짓이 난무하여 진실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이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무리 거짓이 다반사라 해도 못할 거짓말이 있는 법인데, 진실이라 해도 신의를 지켜야 할 경우가 있는데, 너무 쉽게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자문해 볼 일이다.
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무서운 무기이지만, 황금보다 귀하며, 호흡하는 생명줄과도 같다. 따라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으로, 존경받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봇물처럼 쏟아지는 거짓말 덩어리에 치여 상처 받는 사람들이 한 둘이던가. 특히 말만 잘하는 정치인이 꽂는 비수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거짓을 진실로 왜곡하는 뻔뻔스러움으로 익숙한 그들은, 토론의 귀재답게 시청자(국민)의 넋을 빼앗는 말솜씨는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
거짓을 말해도 어느 것 하나 빼거나 더 할 수 없는 능숙한 언어의 조각들, 오히려 너무 완벽하고 형식적이지 않아서 순수하게만 느껴지는 표현력에 감탄하는 사이,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되어 붙들려간 사람들이 약속이나 하듯 풀려나고, 아직도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의 몸체는 오리무중이며, 법을 집행하는 어느 헌법재판관도 자신의 탈세에 대하여 아리송한 해명만하고 있으니, 끝이 없는 노사대립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또한 아들의 국적을 포기하려는 부모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대통령 측근들이,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법을 무시하고 거짓말로 일관한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으란 말인가.
지금 와서 병풍사건까지 거짓이라 말하면 도대체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한 나라의 운명을 건 대통령선거에서 영향력을 끼쳤던 이 사건을 그냥 지나칠 일인가. 세상에 이보다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는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만 억울할 뿐인가. 거짓말에도 등급이 있는 법이다. 어쩔 수 없는 것과,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것, 때로 기쁨을 줄 수 있는 것, 용서할 수 있는 것,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 등의 거짓말이 있다면, 병풍사건은 어디에 속하겠는가.
육성 녹음테이프까지 들고 나와 고백했던 사건이 아니던가. 지금 와서 모든 것이 조작이라 한다면 이를 조사하거나 부추긴 모든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말은 뱉으면 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리 힘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 입을 열면 된다. 그 말의 진실 여부도 숨길 수 있다. 양심을 저버리고 편리한대로 말할 수도 있다. 이처럼 거짓말은 현란하여 빛 좋은 개살구라 했으니,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고 말만 전북 사랑을 앞세우는 전북 출신 정치인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상습적인 불법 쓰레기(거짓말) 투기꾼을 발본색원하여 거짓말의 잔치를 끝내야할 때라고 본다.
/이한교(전북기능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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