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후속작으로 대형 블록버스터 ‘칭기즈칸’을 추진중이다. 이에 맞서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역시 야심작 ‘광개토 대왕’을 구상중이니 한국영화의 스케일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남양주 영화종합촬영소에 있는 400평 규모의 스튜디오로는 이런 대작들을 감당해낼 수 없다. ‘반지의 제왕’을 찍은 뉴질랜드나 호주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4~5개월씩 밀려있는 과포화 상태이다.
민간에서는 대형 스튜디오를 짓기 힘들기 때문에 영상산업을 위한 국가 인프라 확충차원에서 500평에서 2,000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를 갖춘 제2종합촬영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2종합촬영소에는 대형 스튜디오 외에도 아시아 각국 문물을 테마로 하는 야외 세트장을 집중 배치, 해외 프로젝트를 유치할 수도 있고, 갈수록 임대가 어려워지는 병원, 교도소, 군부대등과 전투장비, 헬기와 비행기등을 집적시켜 교육?관광형 테마파크화 할 수도 있다.
수도권 남양주에 기존 촬영소가 있으니 제2종합촬영소는 남하할 수밖에 없다. 최적의 위치는 반도의 동남쪽에 치우친 부산이 아니라 당연히 삼남의 중앙인 전북이다. 부산은 스텝 이동시간이 자동차로 5시간이나 걸리지만 전북은 2시간대 진입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땅값이 부산에 비해 현격하게 싸다.
전주는 적지이기는 하지만 완주와 통합되기 전에는 15만평 이상의 적합한 ‘땅’이 없어서 종합촬영소를 유치하기 어렵다. 통합이 없이는 전주도 완주도 발전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날로그(필름)방식이 아닌 디지털(차세대 HD 국제지원센터를 겸하는)방식의 제2종합촬영소 정읍 유치를 주장해왔다.
정읍이 섬진강권과 전주 한옥마을, 부안 영상테마파크를 잇는 중심축이 되면 전북은 야외 촬영조건과 실내 촬영조건, 그리고 전주에 집중 배치될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등 후반작업 조건이 모두 갖춰져 영상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짜임새 있게 구축된다.
현재도 한국영화의 40퍼센트를 전북에서 촬영하고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영화사, 방송물 제작회사등이 전주권으로 내려올 이유가 생긴다. 지자체가 나서서 주거?교육등 주5일 근무시대에 발맞춘 확실한 ‘당근’을 제시한다면 기업유치는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뿌리를 내려야만 호남권에서 배출되는 연 8천2백명의 문화?영상분야 대학생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다.
지난주, 중대한 전기가 마련되었다. 정읍 제2종합촬영소 타당성조사용역비 3억 원이 가까스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것이다. 향후 700억 이상이 투입될 고구마 넝쿨의 줄기를 잡은 것과 같다. 결정적 역할을 해준 김원기 국회의장께 감사 드린다.
영상산업은 이 지역주민의 기질에도 맞고 천혜의 환경을 보호하면서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21세기형 기간산업이다. 한마디로 ‘미래의 농업’과 같다. 종합촬영소는 1만명 이상의 전문인력 유입효과만으로도 대형 공공기관 이전보다 효과가 크다.
전라북도는 문화, 관광, 영상산업을 하나로 묶는, 선이 굵고 치밀하게 설계된 지역혁신전략이 필요하다. 제2종합촬영소의 유치는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전략적 요충’을 확보한 것과 같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타 지역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동의와 지지를 끈질기게 확보해 나가야한다. 지역 시민단체 일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발목잡기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새벽이 오기전의 어둠이 짙듯이 이 피폐한 전북에 서서히 운(運)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이두엽 (예원예술대 방송·공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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