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정부와 수도권을 제외한 12개 시?도지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최근 우리사회의 지역이기주의를 생각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정치적 합의였다. 사실은 지역간 과열 유치경쟁으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모두를 한발씩 양보하게 만든 것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강현욱 도지사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된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서명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지사도 항시 강조해왔듯이 전북 발전은 지방균형발전과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크게 달려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얼마 전까지 강지사를 포함한 전라북도 고위공직자들이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 전북이전을 호소하며, 이들 기관의 정문에서 출근길의 직원들에게 전북유치 홍보전단을 뿌리기까지 했었다.
반면 손학규 경기지사는 정부와 시?도지사간 협약이 체결되기 이틀 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부정책은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을 꺼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하며, 이로 인해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가고 있으며 청년실업이 늘어가고 있다는 공개메일을 보냈다.
이에 반발해 영호남 8개 시도지사들은 31일 정부가 수도권규제완화를 당장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의 반발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국토균형발전이 정상괘도에 오를때까지 수도권 과밀억제정책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어쨌든 21세기 대한민국의 발전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두개의 생각이 굉음을 내면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쉽게 얘기하면 참여정부의 분권과 균형발전정책에 지방 정치권이 합의하자 이를 불안하게 느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세력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5일 이석연 변호사 등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공공기관이전도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잘 알다시피 이변호사는 지난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을 이끌어냈었다. 그리고 신행정수도가 전북 가까이 이전됨으로서 전북 발전을 기대했었던 많은 사람의 꿈을 좌절시킨 주인공이었다.
국가균형발전에 서명한 강현욱 지사와 이를 반대하는 이석연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든다. 아니 답답한 마음이다. 게다가 이상한 것은 이변호사가 현재 전라북도 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전북에 법적자문을 하며 소송수행 변호인단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전북출신이라서? 헌법소송 전문가라서? 전라북도는 정말 속도 좋다.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가?
지방의 발전보다는 수도권의 발전이 더 중요하며, 그래서 신행정수도나 행정복합도시, 그리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전라북도는 새만금 소송을 담당하게 했다. 쉽게 말하면, 지방의 발전은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모셔다가(?) 전북발전을 위해 대신 싸워달라고 부탁하는 꼴이다.
전북발전을 위해 새만금 사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만금 사업을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다. 그래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사용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송기도(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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