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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사회지도층, 본을 보여라

요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도덕성 논란으로 물의를 빚을 때면 자조적인 말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라며 비아냥거린다. 자율적인 도덕률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를 말한다. 그 의무는 일반인에 비해 무겁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책임과 국가에 대한 봉사를 영예로 여기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불문율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모 일간지에서 김영삼 정부 출범이후부터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의 ‘낙마’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모두 26명 가운데 본인과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14명, 뇌물수수 등 개인 비리 6명, 자녀 편입학 등 가족관련 비리 의혹이 6명, 기타 1명 이었다. 또한 지자체장 민선 10년을 맞아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전·현직 단체장 3명중 1명꼴로 사법당국에 의해 사법 처리되었다.

 

충격적인 현실이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해외 원정 출산,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병역면제 비리, 기업인들의 엄청난 탈세, 호화판 결혼식, 연구비를 횡령하는 대학교수, 병역을 기피하고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행태 등 노블리스 오브리제가 실천되지 않는 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고 있으면 때론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블리제 없는 노블리스를 누려온 저들을 보며 그런 인물을 천거한 시스템조차 개탄스럽다.

 

최근 정부의 실태조사로 추산한 우리나라의 빈곤층이 전체 인구 4800만 명 중 500만 명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빈부격차가 참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큰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대책도 필요하지만 소수의 ‘가진 자’는 다수의 ‘없는 자’를 위하여 돌보고 나누는(Care &Share)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철강 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인 빌 게이츠에 이르기 까지 미국 부자들은 자선 기부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히는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이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전 재산을 공익재단이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일이다. 전주에서도 가진 자들이 없는 이웃을 위하여 Care & Share(돌보고 나누는) 정신이 확산되고 있어 기쁘다. 지난 2월 서서학동에 문을 연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모래내에 2호점이 문을 열었다. 공간을 빌려주고, 인테리어를 담당해주고, 그 안에 채울 물건을 기증해주고, 매장 운영을 위해 자원 봉사하는 분들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소리 없는 생활혁명을 확산시키는 일 역시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실천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어느 국가든 사회적 신분이 높고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즉 그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노블리스 오블이제에 충실할 때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을 통합하여 역량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선진국가로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지도층 즉 기득권의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 지도층, 본을 보여라.

 

/정순량(시조시인·우석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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