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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슬픈 제3막 제2장

45년 전, 4ㆍ19의거를 가져오게 한 3ㆍ15부정선거가 있었다. 이기붕 일가의 자살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독재의 비극은 역사의 제1막을 내렸다. 총성으로 시작된 제2막은 암흑의 무대였고, 제3막은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로 서장을 장식하며 새로운 무대에서 드디어 민주국가의 간판을 걸었다. 그러나 돈줄에 시달리며 시작한 제3막은 기대와는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지금 제2장이 진행 중인데 주연배우가 탄핵을 당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더니 최근에 와서는 주연배우가 무대에서 내려가겠다는 둥, 주연을 바꾸자는 둥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런데 중앙무대가 잠시 조용해진 틈에 지방무대에서 제1막의 스토리가 재연되어 관객들이 기가 막혀 하고 있다. 제1막에서나 나올 법한 구시대적 연기가 지금 제3막에서 공연 중이다. 배우는 새만금과 방폐장을 외치면서 최근에는 남북협력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 공연은 무효라며, 주연배우 물러가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래도 장내 안내방송 한번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침묵이 흐르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전북의 도지사가 공직선거법도 예상하지 못한 그런 수법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런데 석고대죄는커녕 국책사업과 대북사업을 계속 들먹이고 있고 관객들은 조용히 있으니 더욱 슬프다. 그러나 정작 더 크게 슬플 일은 그가 내년 선거에서 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식이 잘못하면 죄 없는 부모라도 남들에게 무릎을 꿇고 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하가 잘못을 저지르면 지휘관은 옷을 벗음으로써 책임을 지는 법이다. 선거에서 후보자와 그 참모들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것 아닌가? 설사 후보자가 결백하더라도 참모들이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면 유권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는 법이다.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박수칠 때 떠나지는 못 할망정 떠날 때 박수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과거 이승만 정권의 부정은 진정 우리 역사의 비극이었다. 그 이후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웃기는 일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데 희극은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웃기는 것이지, 그 희극에서 얻어맞는 역할을 하는 배우는 슬프다. 남들이 웃을 정도로 얻어맞고 넘어지고 하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꼭 그런 모습이다.

 

당사자는 물론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도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조차 조용하다. 누구 없소? 계산은 그만 두고 말 좀 합시다.

 

/윤찬영(전주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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