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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새 대가리' '사람 대가리'

찬 바람이 나면서 겨울 철새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오리와 기러기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면서 하늘에 사무치라는듯이 슬픈 울음을 우는 광경이 목격되고 있으며, 머지 않아 두루미같은 귀빈도 찾아들 것이다. 특히 서해안 천수만이나 금강 하구둑에 찾아올 가창오리떼의 군무(群舞)는 장관을 이룰게 틀림없다.

 

매년 우리나라에는 1백만마리의 겨울 철새가 찾아오는 것으로 조류학자들은 추산한다. 2001년경에는 청둥오리가 많았으나 2002년 이후에는 가창오리가 더 많아졌다. 최고 45만마리까지 관측된게 이 가창오리다. 몸무게 5백g이 채 안되는 이놈들이 수만마리씩 무리를 이뤄 한꺼번에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중의 장관이다. 떼지어 날아올랐다가 무슨 신호에 따라 움직이듯 일사불란하게 왼쪽으로 날아갈듯 싶더니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급회전하며 오른쪽으로 일제히 방향을 잡는 모습은 신비감마저 안겨준다.

 

참으로 희한한 것은 촘촘해서 하늘을 가릴듯한 수만마리의 가창오리들이 그렇게 움직이는데 단 한건의 충돌사고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불가사의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만도 매일 자동차가 치고 서로 들이받고 해서 수십명씩 목숨을 잃는다. 바로 얼마 전 경북 상주에서는 불과 몇백명이 운동장 문으로 몰렸다가 부딪치고 짓밟혀 11명이나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동서양 모두 속된말로 멍청한 사람을 ‘새대가리(birdbrain)'라고 부른다.새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일이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고나 내는 사람들을 새들은 ‘사람대가리’라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류학자들은 ‘교통사고’ 한 건 없는 새들의 그같은 능력이 눈에서 온다고 설명한다. 올빼미를 빼고 거의 모든 새들의 눈은 양쪽에 달렸다. 또 튀어 나와서 시야가 넓은데다 천부의 좋은 시력까지 갖췄다. 매는 1.9km밖에서 10cm크기의 쥐를 보고 달려든다. 가창오리같은 무리의 경우 나이가 많아 경험이 많은 수컷이 지휘를 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은 환경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움과 신비감까지 안겨주는 이 철새들이 요즘 ‘범죄꾼’으로 몰리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조류독감 이야기다. 그 무서운 조류독감을 옮기는게 바로 이 철새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철새들이 조류독감을 옮긴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대개 닭 오리등 가금류가 조류독감에 걸리고 있다. 태국에서 참새의 감염사례가 발견됐으나 그것도 철새라기 보다는 닭이나 오리 곁에서 옮았을 것이다.

 

세계의 조류독감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들도 주로 닭 사육업자였다며 모두들 패닉현상으로 몰려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철저한 사전대비는 좋지만 과잉반응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자칫 '사람대가리‘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오홍근(민주당 도당위원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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