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과 풍요로움의 계절이다. 대표적인 농도인 우리고장은 이맘때쯤이면 농경문화와 관련된 지역문화축제가 이 곳 저 곳에서 열려, 한 해 농사로 지친 농심을 달래주고 지역주민의 화합의 장이 마련된다. 주민들은 대동의 장에서 하나가 되어 시름을 달래고, 지역주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허나, 언제부터인지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지역문화축제를 개최하면서 그 밥에 그 나물 격인 특징없는 행사로 전락되었고, 반성과 고민을 통하여 규모와 횟수를 축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농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지역문화축제와 성격이 비슷한 지역농산물축제도 그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코자 한다.
고추 성출하기인 8월이 되면 고추 주산지로 유명한 임실 섬진강변에서는 임실고추의 성가제고를 위해 임실세척고추작목반이 주관하는 「임실고추축제」가 열린다. 이 행사는 고추따기, 고추썰기 경연, 고추음식만들기, 섬진강 다슬기 잡기 등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임실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 강서구, 부산 진구 부녀회장단을 초청하여 소비지 고객에게 임실 세척고추의 품질을 산지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하였다. 또한 전국단위의 방송매체에 보도됨으로써 홍보의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아울러 이 행사에 소요되는 경비는 작목반(농가)에서 22%, 농협에서 28%를 부담하고 지자체에서 50%를 부담하여 수익자부담의 원칙에도 충실하였다.
필자는「임실고추축제」를 지켜보면서 지역단위의 농산물축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첫째, 생산자 조직(시군단위 품목별 광역작목회)이 중심이 되고, 행정·농협·지도기관이 지원하는 생산자참여 중심형으로 나아가야한다.
「임실고추축제」는 임실세척고추작목반이 중심이 되어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 행정과 농협은 보조자가 됨으로써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효과를 보았다.
둘째, 소비지를 연결할 수 있는 시장지향적 프로그램 개발과 소비지와 함께 하는 축제로 정착시켜 신규고객을 창출하여야만 한다.
「임실고추축제」에서는 수도권과 영남권 소비자를 산지로 초청하여 직접 임실고추의 맛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하였다. 바이어와 소비자를 초청해 산지에서 상품설명회를 개최하고, 수확에서 상품화까지의 체험, 시식 및 건강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서 소비지와 함께 하는 축제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이는 곧 신규고객 창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셋째, 소요자금 확보에 있어 수익자가 일정부분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여, 농가출하시 출하금액의 일정액을 적립활용하는 자조금 성격의 적립제도 활용을 고려할 만하다. 이는 행사에 대한 책임과 참여도를 높여 생산적이고 내실 있는 축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실고추축제는 생산농가가 소요금액의 22%를 출연함으로써, 생산농가들의 높은 참여도와 책임감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넷째, 소비지와 연관된 방송·신문·인터넷 등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활동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농산물유통의 주도권이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간 현재는 빠르고 올바른 정보의 제공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축제가 끝난 후에는 철저하고 치밀한 성과분석을 통하여 개선사항을 수정·보완하면서 더욱 더 나은 축제를 도모하여야 한다. 반성이 없는 행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 나름대로 지역농산물 축제가 나아갈 방향을 논하여 보았다. 무엇보다도 생산자(작목반)가 행사를 주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는 참여자의 수익자 부담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는 알차고 내실있는 지역농산물축제와 지역문화축제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상준(전북농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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