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비용을 들여 값비싼 쌀을 생산할게 아니라 반도체등 값비싼 공산품을 더 많이 생산해 수출하고, 대신 싼 값의 외국쌀을 수입하자는 경제학자는 지금도 있다. 경제성을 따지자는 주장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논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많은 공장을 짓게 될지도 모른다.
허나 다른 측면의 이야기가 가능하다.
5~6년전 중국의 쌀값은 우리의 6분의1에 불과했다. 그 중국 쌀값이 최근 우리 쌀값의 3분의1 수준으로 비싸졌다. 지난해 16만원 하던 쌀 한가마 값이 12만원으로 폭락한 요즘 국내 쌀값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좁혀졌을 것이다. 앞으로 5~6년 아니 10년쯤 뒤엔 우리와 값이 같거나 중국쌀이 더비싸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농사를 포기한다면 그때 즉시 농사를 일으켜 세울수도 없을테니,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로 그들이 멋대로 부르는 값을 주고그쪽 쌀을 수입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굶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식량안보라는 말이 나온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휴전선을 지키는 국토방위를 놓고 경제성을 따지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식량도 안보차원의 이야기가 나오면 경제성을 따져서는 안된다. 국토를 방위하듯 우리 농민들이 농토를 ‘방위’하고 농업을 ‘방위’하고 있는 엄숙한 현실을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안된다. 작금의 농촌문제는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작은 사례에 불과하지만, 노무현씨는 2002년 대선때 대통령이 되면 농업예산을 일반예산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 농업예산의 20%를 직불예산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당선된 뒤에는 없었던 얘기로 하자고 했다.
국토방위나 식량안보는 국민의 안위(安危)와 관련된 문제다. 바로 경제의 문제다. 경제란 원래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유래한 말이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의 고통을 덜어 구제한다는뜻이다.
쌀값 때문에 농촌이 고통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나락포대를 수만개씩 관청앞에 야적하는가 하면 목숨 걸고 농촌을 지켜온던 젊은이가 농약을 마시는걸 보면서 경제를 경제성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고속철도 건설문제와 관련, “경제성의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지금까지 호남의 문제를 ‘경제성’의 문제로만 다뤄 온 이 정부가 ‘경제’를 보기 시작한 것 같아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호남, 특히 전북은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간 ‘기존의 잣대로만 평가했기때문에 일들이 항상 안되기만‘했다. 말하자면 빈익빈이었다.
새만금이 저꼴이고 어찌됐건 군산 방폐장도 안됐다. 경제자유구역 안됐고 동계올림픽은 각서까지 받아놓고 빼앗겼다.매향리 주민이 결사반대하는 사격장이 직도로 옮겨왔고, 심지어 ‘도청 개청식 축하메시지‘에서도 전북은 소외되었다. 이게 다 ‘비경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오홍근(민주당 도당위원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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