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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농촌편지 한장

K형. 벌써 세밑입니다. 희망을 안고 출발한 올해도 어느새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항시 느끼는 일이지만, 지나온 흔적들을 살펴보노라면 만족보다는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의 허전함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수정과 보완을 하면서 발전한다는 명제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달래 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올 한해 가장 아쉬운 점은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쌀 수입개방으로 인하여 농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농업분야에 종사하는 저의 입장에서 그들과 고락을 함께 나눈다고 하지만, 농업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 상황입니다.

 

K형. 저는 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농촌을 돕자는 차원에서 「식사후 밥 값은 쌀로 내자」는 운동과 「경사시 축의금이나 화환 대신 쌀로 선물하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북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전개하였으며, 또한 과일 재배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식사후 후식으로 우리과일 먹기」운동을 펼치는 등 우리 도민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 줄 것을 호소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서, 도시에 소재하는 기업과 농촌마을이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쳐 도농상생을 이룩하자는「1사1촌운동」도 전개하였습니다.

 

K형 흔히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여성이 더 이상 가사일에만 매달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당당한 주인으로 나서는 시대라는 것이죠. 이러한 시대흐름에 맞춰 전북농협에서는 이들의 주인의식을 드높이기 위하여 여성농업인과 도시의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많은 교육을 확대 실시하였습니다. 특히「여성문화대학」과정을 전국 최초로 개설하여 여성농업인과 도시주부들의 상생의 장을 마련하였으며, 우리지역 농촌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농업인을 상대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여성인력의 활용방안에 대하여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K형 저는 요즘 개인적으로 ‘비움’과 ‘쉼’의 문화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많은 고민과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때일수록 돌아가는 지혜와 비움의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너무 빠르면 늦음만 못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런면에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서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더욱 중요합니다. 새들이 떠나간 둥지와 황량한 숲은 더 이상의 가치재생산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농업과 농촌의 값어치를 확대재생산하는 주체는 바로 농업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떼려 합니다. 강원도의 토고미마을이나 우리고장인 진안의 능길마을처럼 마을 자체를 브랜드로 키워 나가는 작업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K형 이래 저래 넋두리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 마음의 고향인 농촌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욱 더 심합니다. K형과 같은 모든 분들이 우리의 농촌과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붙들고 살려야 할 산업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조그마한 관심 하나 하나가 한 데 모일 때 우리 농업인들은 큰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마지막 남은 한 달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길 기원합니다.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준(전북농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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