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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우리말의 정체성과 올바른 언어생활

길거리를 장식한 외래어 간판이며, 백화점 진열대에 널려있는 출처불명의 상품이름, 청소년들의 통신어라는 외계어 그리고 또래들끼리 모여 히히덕거리는 은어 등을 살펴보면 우리 글과 우리 말이 갈 수록 그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방학 직후 두 여학생이 마주보고 다가서며 “ㅇㅇ언니! 방가, 방가” “ㅇㅇ야! 방가”라고 서로 인사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방가’는 외계어로 ‘반갑다’라는 말인데 일상어로도 쓰인다고 했다.

 

90년대 이후 N세대라고 불리는 청소년 네티즌(누리꾼)들이 인터넷에서 즐겨 쓰는 채팅용어로 이모티콘(그림말)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이른바 외계어가 있다. 최근 외계어는 온라인을 넘어 회사 이름과 가수 이름 또는 상품명에 이르기 까지 오프라인에 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독자적으로 문화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2세대 언어인 외계어는 한자와 특수문자에 외국어까지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어 기성세대에서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몇 개 예를 들어보면 ‘ㅊㅋ(축하해요)’ ‘샤룽햅(사랑해)’ ‘㉩ㅏ㉪ㅏ㉠ㅔ살ㅈㅈ(착하게 살자)’ ‘二卍(이만)’ ‘☆上관(별상관)’ ‘外ㄱ’IIㅇㄱㅆㄱ人rⅲ(외계어 써서)’ 또래집단에서 튀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계어의 사용을 일상화하면 그들의 국어실력이 현격하게 저하될 것은 확실한데 이러한 현실을 보고만 있을 건가?

 

또한 특정 집단 안에서 일종의 암호처럼 사용하는 말을 은어라고 하는데, 어떤 시기에 나타났다가 살아지고 또 새로운 은어가 만들어져 사용되곤 해왔다. 학생들 사이에서의 은어로는 ‘고딩(고등학생)’ ‘담탱(담임선생님)’ ‘야리(담배)’ ‘깔(여자친구)’ 등이 있고 깡패사회에 통용되는 은어로는 ‘짭새(경찰)’ ‘큰집(교도소)’ 등이 있으며, 일반인들도 ‘사오정(사십오세 정년)’ ‘몸짱(몸이 매우 고운)’ ‘봄날 아줌마(몸매 좋은 아줌마)’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입해서 쓰는 사람)’가 있다. 은어 역시 욕설과 비속어 못지않게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올바른 언어생활을 저해한다.

 

요즘 언어생활에서 두드러진 특징 하나는 된소리 발음이 심하다는 것이다. ‘ㅇㅇ꽈(과)’ ‘짜(자)장면’ ‘실찔(질)’ ‘효꽈(과)’ ‘까(가)죽’ ‘쏘(소)주’ ‘꽁(공)자’ ‘뽁(볶)음밥’ ‘쪽(족)집게’ 등과 같이 경음화된 단어가 더욱 널리 쓰이고 있다.

 

문화관광부 국립언어연구원에서 금년 한글날에 즈음하여 조사 발표한 내용 중에 국어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 국어교육의 개선(33.5%)’, ‘대중 매체의 정확한 언어 사용(25.8%)’, ‘가정교육 강조(22.3%)’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간은 언어생활을 통해서 인격도 형성되고 성숙해간다. 언어가 의사전달의 수단이나 표현이라는 기본적인 기능 말고도 인간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수단이 된다. 그래서 언어를 순화하고 바른 말과 공손한 말을 가려 써야한다. 말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문화의 발전에 따라 언어생활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글과 말이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갈고 닦아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언어생활로 단일민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순량(시조시인ㆍ우석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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