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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희망] "자녀얘기로 오랜만에 웃음꽃"

설 연휴 완주 상관 신리경로당 표정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완주군 상관면 신리경로당에서 노인 10여명이 모여 화투를 치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desk@jjan.kr)

설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객지에서 고향을 찾아 온 자식들은 다들 떠나가고 여느 때처럼 경로당엔 노인들만 남았다.

 

완주군 상관면에 있는 10평 남짓한 신리경로당. 소일거리 삼아 화투를 치는 할아버지들의 만면에 화색이 돈다. 명절이라고 자식들이 찾아와 슬그머니 쥐어 준 쌈짓돈이 두둑한 모양새다. 그래도 이들은 반나절 동안 화투를 쳐도 1000원 이상 따기가 힘들다. 판돈은 바둑알과 장기알이 대신한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강원선씨(73)는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 외동딸이 전부인 그는 명절에 조카들 얼굴이나 보고 딸 얼굴은 보기가 쉽지 않단다.

 

“명절만 되면 좀 서운하지. 나도 애들 좀 놓을 걸 그랬어. 그래도 여기 경로당에 오면 항상 열댓명이 북적되니까 심심하지는 않아”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경로당에 동네 할아버지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이웃들 소식도 나누고 가끔 탁주 한잔 들이키며 무료함을 달랜다. 특히 설 뒷끝에는 고향을 다녀간 자식들에 대한 얘기로 화제가 만발하다.

 

송남철씨(72)는 “아무래도 자식들이 잘 된 집의 경우 할 얘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자식자랑하면 반병신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부모에게 잘하는 자식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고 전했다.

 

명절 끝자락이어서인지 신리 부녀회 경로당에는 점심이 다됐지만 5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김상림씨(82·여)는 “평소에는 25명 정도 모여, 계원이 모두 40여명쯤 되지만 자리가 좁아서 60대 이하는 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슬하에 4남2녀를 둔 김씨는 “우리 손주가 이때껏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며 고등학생인 손자 자랑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김씨는 “어제 본 손자·손녀가 벌써 그립다”고 말한다.

 

7남 1녀를 둔 김예단씨(84·여)도 대화에 슬쩍 끼어든다. 김씨는 “서울에 있는 손자가 이번에 큰 회사에 들어갔다”며 “올해 결혼한다니까 내년이면 증손자를 볼 것이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김씨의 자녀 4명은 전주 인근에 살고 있지만 김씨는 “길눈이 어두워 손주들 보고 싶어도 찾아가지를 못한다”며 아쉬워한다.

 

도내에는 5430개의 경로당이 있으며 각 경로당에는 행정기관에서 운영비를 지급하고 이외에 난방비와 간식비 등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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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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