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전주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전북의 지방의회가 1991년 지방자치 재개의 원년으로 친다면 올해가 만 15년 되는 해이다. 재출발할 당시 많은 기대만큼이나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지방자치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할 정도 비슷한 mentality속에서 왜 최소 지역단위까지의 자치제가 필요한 것인가란 회의적인 인식도 있었다. 그리고 지방자치 지역이기주의, 지방공직자의 비리, 지방행정의 비효율성, 국가와 지방행정의 통합성저하 등 일부 부작용이 부각됨으로써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는 이런 저런 시비와 논란, 그리고 개선 또는 개편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를 잡았다. 영국의 정치학자 브라이스는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이며, 민주주의 고향”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를 선진 민주주의 틀로 확립한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도 보듯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실현과 정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간이요, 기둥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전북의 지방자치는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민의 정치효능감이 증대되어 참여가 증진되고, 지방정치가 활성화되었으며, 지역실정에 맞는 창의적 지방행정의 싹이 배태되고 있음은 물론, 무엇보다 지방정부가 도민을 바라보는 행정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지방자치의 현 주소가 마냥 성공적인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성과가 아직 분명한 것은 아니며 현재에 만족하고 있을 때 지방자치는 퇴보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분권화는 창의적 지방행정의 기반으로 작동하기에는 부족한 형편이고, 오랜 기간 동안 중앙집권이 타성 속에 있던 지방정부의 민주적 역량 역시 미흡한 실정이며, 주민참여 역시 참여민주주의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아직은 미흡한 부문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통해 지역민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지역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은 세계화시대 경쟁의 최소단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5.31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전북의 지방자치가 도약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지도부는 마치 전국선거를 치르는 것처럼 설쳐대고 있다. 여당이'지방정부부패론'을 부각시키려 하거나 야당이 '무능정권심판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정치와는 관련성이 없다. 지방정부의 부패가 선거에서 문제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것이 발생한 지역의 후보자끼리 다툴 문제이지 상관도 없는 지역까지를 묶어서 추상적으로 논의 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지역의 구체적인 생활문제를 논의하는 지방선거에서 멀리 떨어진 중앙정부의 책임을 끌고 들어오는 것은 생활정치를 권력정치로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중앙정당은 지방선거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중앙정치인과 지방정치인은 역할분담이 명백히 구분 되어 있다. 중앙정치인은 전국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하고 지역의 작은 생활문제는 지방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 중앙정치인이 지역문제까지를 떠 맡으로 하고 헤게모니를 장악하려고 하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동시에 망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차별화 된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은 민주주의 와 삶의 질 향상을 이루어갈 자치의 성숙과 지역발전을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분권의 가속화 시대에 지방자치의 건실한 정착과 발전을 위해서 '지역비전'을 창출하는 인물을 선택하는 지방선거가 되어야 한다.
/최병일(전주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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