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전주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의도적이었건 아니건 지역주의에 편승한 지역정서는 한국 정치를 지역적 구도로 변질시켜 정치발전에 중대한 장애가 되게 만들었고, 지역갈등화로 확장되어 사회를 분열시키는 요소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주의’가 여전히 5·31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가) 지역주의 정치로 회귀했음을 드러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지역주의로 판가름 났다.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얻은 기초단체장 수를 더하면 2002년 민주당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역시 정당득표율에서 일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표참여율 51.6%를 감안할 때, 특정정당이 전체 유권자의 25%를 조금 넘는 지지율로 지방정권을 독차지 했다.특정 정당의 압승은 지지율이 급상승한 결과가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댄) 단순 다수득표자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에 말미암은 바가 더 크다.
이 결과를 보면서 손대기 힘든 악성 종양으로 자라면 안 된다는 우려 속에 지역주의 타파의 방법과 대안을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지역갈등의 한 가지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1997년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 대해 전격적 지방분권화를 시행한 이후 스코틀랜드 지역의 지역주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다원성의 사회에서 지역적 연대성과 국가적 연대성이 어우러질 때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과연 지역주의를 형성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가 암이라면 단순히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서 지역구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책일 것이다. 그 근본적인 치료책은 시민의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지역감정을 근본적으로 생산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시민개혁에 강조점이 두어져야 한다. 우리의 경우 지역주의는 이미 감정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지역정치 구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타 지역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 적대감, 배타성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먼저 지역감정에서 타지역에 대한 배타성, 적대감, 파당성을 제거해내기 위한 노력으로 지역정치 구도가 해소하여야 한다. 이제는 큰 자아(大我), 큰 정체성(identity)은 작은 정체성(小我)을 이긴다는 원리로 국가와 같은 보다 큰 정체성을 강화하여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적 정체성을 극복해야한다. 또한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정책을 펼쳐 국가가 운명공동체임을 일깨워 정부가 사회적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 전체 공동체에서 공감을 얻을 때 협소한 지역정치 구도는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다.
우리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하에 있는 남과 북의 공동체 실현 이전에 영?호남의 지역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으로 우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후손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 주어야 한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의 정치 행위를 통해서 우리의 망국적인 지역정서의 아픈 상처가 치료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병일(전주대학교 법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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