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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화쟁과 똘레랑스 그리고 교육 - 박규선

박규선(전주교육장)

교육은 우리의 희망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전시에도 교육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 준비가 있었기에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절에 열심히 가르치고 배운 사람들은 모두 일가를 이루었다. 교육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그런 엄청난 힘을 지녔기에 갈등이 일어난다. 또 다른 분야와 다르게 교육에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선천적인 재능, 가정환경, 학교의 시설, 교수법, 개인의 노력 등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게 된다. 또 심리적 측면이나 사회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런 것들이 각개각층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으로 문제가 꼬이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것일수록 각자의 주장은 강하기 마련이다. 강한 주장은 문제 해결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의지는 곧 해결을 위한 에너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면, 그 관점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있다.

 

물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위기를 넘기는데 효율적일 때가 있다. 또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다양성을 찾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바로 그 다양성 때문에 유지 발전되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면 그만큼 교육계가 민주화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원효는 신라만의 독특한 사상적 체계를 세운 사람이다. 특히 그의 ‘화쟁(和諍)’ 사상은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려는 고뇌에 찬 노력이었다. 여기서 핵심인 '쟁(諍)'은 다툼이 아닌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은 다른 것들과의 조화이며 포용이다. 포용한다는 것은 남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편협함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똘레랑스(tolerance)라는 말은 원래 라틴어로 관용을 의미한다. 앙리4세의 낭트칙령에서 유명해진 이 말 역시 화쟁과 통한다. 당시 정통 가톨릭만을 종교로 유일하게 인정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개신교도 하나의 종교로 인정하자는 데서 유래한 것이 똘레랑스인데, 서양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킨 태도로 평가 받고 있다.

 

여전히 교육계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이런 의견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설득시키면서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에 옮기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자기 주장만아 아닌 남을 인정하는 화쟁의 자세, 그런 똘레랑스만이 우리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규선(전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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