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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익산 왕궁리 와요지 유적 - 윤덕향

윤덕향(전북대 교수)

몇 달 전 경주에서 황룡사 복원과 관련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신라 최대의 가람으로 알려진 황룡사지를 복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해되는 이 학술회의는 예상보다는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황룡사 복원의 타당성이나 그 현실성은 별개로 익산 미륵사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원을 위하여 서탑의 해체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행여 미륵사지를 복원하자는 논의의 빌미나 되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재를 복원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려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의 가치가 보존되고 문화재 그 자체가 보존될 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쌍수를 들어 반길 일이다. 그러나 사돈영감 장에 가는 것을 따라가듯 황룡사지를 복원한다고 하여 미륵사지도 복원하자고 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은 삼국시대 사극 촬영을 위한 세트는 황룡사지 하나로도 넘칠 만큼 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료와 연구를 통하여 당시의 문화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복원이 아니라 적당히 황룡사지 복원 자료, 또는 황룡사지 복원의 밑바탕을 이룬 어떤 건축물들에 바탕하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그렇게 복원된 미륵사지가 다이나마이트로 폭파하고 싶다는 미륵사지 동탑지의 확대된 형태일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지난 2003년 원광대학교 박물관에서 왕궁리 와요지로 알려진 유적을 발굴 조사하여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제석사지가 불타고 남은 쓰레기들을 폐기한 곳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갑자기 이 유적을 말하는 것은 미륵사지든 국가적인 차원에서 황룡사지든 삼국시대의 건물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왕궁리 와요지로 알려진 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제석사지의 화재와 관련된 쓰레기들, 벽체, 바닥부재, 기와, 소상 등만이 아니라 기와 지붕에 소용된 홍두께 흙까지가 거의 모두 남아있다. 불에 그슬렸지만 벽체에는 그림도 남아있어 백제의 그림을 되살려 볼 수도 있다. 기둥이나 서까래 기둥 등이 불타 없어졌지만 기둥에 접했던 벽체나 서까래에 이어지는 지붕 밑 흙에 남은 흔적으로 본디 모양을 어림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허접스러운 쓰레기와 같은 유물들을 정리하고 본디의 형태와 구조, 색조와 안료 등을 찾아내는 연구와 관심이다. 그것은 황룡사지나 미륵사지를 복원하려 할 경우 설계비에 불과한 경비와 노력이겠지만 몇 배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겸하여 문화재 보존과학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루는 바탕이 될 것이니 해볼 법도 하다. 한여름 밤의 꿈같은 공염불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윤덕향(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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