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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미술관과 박물관 - 윤덕향

윤덕향(전북대 교수)

임실 오궁리에는 미술관이 있다. 오궁리 미술관은 폐교를 이용하여 1995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문화공간이다. 폐교라는 버려진 것으로 인식되기 십상인 시설을 이용하여 미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였다는 점에서 이 미술관은 의미가 있다. 또 미술의 여러 장르가 한 자리에 모여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보다 더 큰 의미는 이 소박하고 겸손한 공간이 자칫 문화의 불모지일 수밖에 없는 오지에 문화의 나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감소와 도시 집중에서 비롯된 폐교는 단순히 학교가 없어졌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이 넘고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것 같던 운동장의 느티나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때로 아릿한 향수에 젖을 수 있던 마음의 고향이 퇴락해가는 건물과 말라 죽어가는 생나무 담장처럼 스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궁리 미술관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그런 향수와 정신적 구심점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아니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서는 공간일 수 있다. 보다 넓게는 문화마저 중앙 집중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폐교가 될 수밖에 없는 옹색한 시골마을에 들어선 문화공간으로서 오궁리 미술관은 문화공간의 보편화와 지방으로의 확산을 이끄는 곳으로서 크고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같은 변신은 지금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궁리 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주 작지만 의미가 있는 박물관이 있다. 2002년 12월 24일 신평면 사무소의 복지회관에 공간을 마련하고 문을 연 신평생활박물관은 일반 농가에서 과거에 사용해 오던 재래식 농기구와 각종 생활용품을 수집 전시한 ‘주민생활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의 화려하고 멋있거나 값비싼 물건도 없고 몇 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건은 더더욱 없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골 집 마당 한구석이나 담장 아래에서 보았음직한 물건들이 다. 그럼에도 이 박물관은 신평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박물관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도 없고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물론 각기 지역 나름의 박물관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신평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커다란 건물과 화려한 시설을 갖추었으면서도 물건을 의미없이 늘어놓은 진열장으로서의 박물관보다는 몇 배 가치가 있는 전시장이다.

 

임실에 들어선 의미있는 공간으로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키우는 것은 쥐꼬리만큼 지원하고 건건이 참견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가을 모처럼 짬을 내어 아들딸 손잡고 들러 꼼꼼히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윤덕향(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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