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1:05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학문 실용성으로만 평가하나 - 윤덕향

윤덕향(전북대 교수)

지난주 정읍시 고부 읍성 발굴조사 회의에서 발굴조사단은 백제시대 기마병 모습이 새겨진 기와를 발견하였다고 밝혔다, 성안에 있는 물을 모아두는 시설인 집수정에 쌓인 흙에서 출토된 이 기와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은 군인이 갑옷을 입힌 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새겨져있었고 말 등에는 깃발을 꽂았던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이 기와조각에 새겨진 그림을 통하여 지금까지 알지 못하였던 백제 기병의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계기로 역사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의 특성상 또 관련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굳이 정확한 고증이 어렵다지만 이번에 출토된 기와의 그림을 근거로 백제 기병의 모습을 사실에 충실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출토된 기와조각은 고부읍성에서 출토된 많고도 많은 기와조각들 중 1점에서만 확인된 것이며 그나마도 작은 조각이라서 스쳐지나가기 십상이다. 발굴조사를 하다보면 우연히 정말 중요한 것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난스럽게 길고도 더운 여름날의 햇빛아래에서 기와, 토기 조각들을 낱낱이 닦고 살펴본 결과인 것이다. 중언부언 말을 늘어놓은 것은 이 그림을 확인한 것이 대견스럽고 잘한 일이라서 이를 마냥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자리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에서 비롯된 논쟁을 겪으며 국사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 방안의 하나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쳐야 다른 소라도 잃지 않을 것이니 국사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여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 한편으로 사법고시나 각종 행정시험에서 국사가 제외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왜 국사 과목을 제외시켰는지 되돌아 생각해볼 일이다. 당시 국사를 각종 시험에서 제외시킨 것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와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또 국사가 각종 시험에서 제외된 탓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이 비롯된 것은 아니겠지만 중국이나 일본과의 논쟁에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소이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혹시라도 국사 교육이 실용적이지 못하고 실제 법의 적용이나 행정 업무 능력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시험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대학입학 시험을 목전에 둔 지금 국사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국사나 역사 관련학과는 그런대로 인기를 얻을 지도 모른다. 그런 한편으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인문학들은 명맥을 잇기가 더더욱 힘겨울 지도 모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문학들의 고갈이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의 또다른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위협을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수많은 기와장을 헤집어 그림이 있는 조각 하나를 찾는 고고학도 인문학에 소속되어있으니 말이다.

 

/윤덕향(전북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