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홍(전북도학생종합회관 관장)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높은 시험 점수 따기 훈련' '일류대학 진학과 일류직장으로 가는 취업준비'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세계의 모든 나라가 자국의 학교교육에 만족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교육은 수요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들이나 교육행정인들 까지도 우리 교육이 잘못되고 있음을 걱정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렇게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변화와 개혁의 요구가 드세지고 있음에도 더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옛날보다 더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입시위주의 교육'이라는 것은 교육전문가나 언론매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 입시 때문에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과열과외, 무분별한 조기유학,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등의 병폐를 유발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입시위주의 교육과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란 것을 교육 공급자나 수요자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류대학, 일류직장에 꼭 보내야겠다는 학부모의 잘못된 교육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느 명문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위해 정상적인 교육목표를 설정하여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있다면 학부모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틀림없이 그 학교는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열 등살에 못견디고 교과서, 문제집, 모의고사, 보충수업 중심의 입시대비 강화 훈련식 파행교육으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렇게 교육의 프로인 교육자가 교육의 아마추어인 학부모의 극성에 이끌려가는 비정상적인 모습은 우리나라 교육에서나 볼 수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 마치 환자와 그 가족이 의사의 전문적인 시술과 치료를 간섭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우리학교 교육에서 공공연하게 일반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 역량을 모아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교육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가 교육 현실을 바로 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고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어떠한 체험과 활동이 필요한지를 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교교육을 그러한 방향으로 설계하고 실행해 나가도록 해야 하며 가정과 사회에서도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는 교육열, 다시 말하면 진학열, 출세열이 아닌 '진짜 교육열'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의 시설·설비, 교육자료, 학급당 학생수, 운영예산, 교원의 전문성과 처우 등의 제반교육여건을 확충·정비해 나가는 것이 그 다음 할일이다. 또 며칠후에 실시되는 대입수능시험을 시작으로 입시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정부당국도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보통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국민성과 국민의 기본적 자질을 기르고 형성하는 초·중등교육이 정상적으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그 시기에 '꼭 배워야 할것' '꼭 배우고 싶은것' '꼭 배울 수 있는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며 교육다운 교육을 통해서 인간다운 인간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권진홍(전북도학생종합회관 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