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국회의원)
지난 1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것이 골자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대통령선거를 직선제로 정상화하면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집권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5년 단임제를 경험하면서 이 제도의 장단점을 잘 알게 되었다.
노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단임제의 가장 큰 단점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그 업적을 선거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국정의 책임성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임기 후반에 올수록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여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 된다는 점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겪어본 단임제 대통령 네 분이 모두 임기 막바지에 국정이 불안해지고 레임덕현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동시에 선거해서 임기를 일치시키자는 논리는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선거를 여러 번 치르는데 따른 선거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고질적 대립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국회에서 여야 간 극한대립이 심한 나라다.
야당은 무조건 대통령에 대하여 투쟁적이다.
대통령이 잘하는 것은 칭찬해 주거나 밀어주고 잘못하는 것은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의회의 기능일 진대, 우리의 경우에는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해야만 정치적 입지가 커지고 다음에 정권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의 대통령들이 독재정권이었기 때문에 독재에 항거하는 것이 민주화의 길이고 야당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역사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독재하는 대통령과 민주화 투쟁하는 야당의 대결시대는 끝났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르게 되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의회의 안정세력도 함께 만들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개헌의 당위성은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개헌을 추진하는 시기가 적절한가에 있다.
대통령의 개헌제의 담화발표 직후 국민여론조사에서 개헌의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다음의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받아야 국민투표로 넘길 수 있을 텐데, 열린우리당 의석이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야당이 동조해 줄 것이냐가 의문인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 개헌으로 대통령의 책임성이 높아지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갈등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면 개헌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감정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강봉균의원은 군산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69년 경제기획원사무관으로 출발, 경제기획국장, 노동부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등을 역임했다. 현재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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