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4:21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변절의 시대 희망 일깨우기- 이영호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3.1절을 이틀 앞두고 있다. 기미독립운동 여든여덟 번째 기념일이다. 우리는 이날의 정신과 실천을 토대하여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그 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 날이다. 이날, 우리는 민족대표 33인의 의롭고 용감했던 결행을 높여 기린다. 그러나 88년 전 3월 1일을 기하여 기나긴 날 독립운동을 펼친 것은 민족대표들 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민족 대표들의 여럿은 일제의 교활한 문화통치의 시대에 변절의 길을 걷기도 하였다.

 

2.8 선언서의 작성자로 알려진 이광수는 조선 총독과도 면담을 가지며 독립운동 이후, 일본의 문화통치 이념의 기본 틀을 아베(阿部)에게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는 줄곧 일본의 비호를 받고 살았다.

 

이광수를 친일 변절자로 타락시킨 일제는 기미독립운동으로 투옥되었던 민족대표 최린을 변절 시켰다. 최린은 이후 분리독립 원칙에서 자치노선으로 선회한다. 그의 친일적 자치론은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는 일이었다. 민족대표이던 목사 정춘수는 친일 경성기독교연합회 부위원장으로 변절한다. 그는 조선기독교의 황국화를 위해 특별위원으로 노력한다.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최남선은 중추원 참의가 되고, 관동군의 주구단체인 특별공작후원회 본부의 고문이 된다. 독립투사들의 투항 권고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

 

한국천주교회는 신사참배를 용인하며, 마찬가지로 개신교는 1938년 이후 신사참배를 결의함으로 스스로 우상숭배 배격의 계율을 어긴다.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가려지고 미화되었던 이 모든 변절의 자취가 낱낱이 들춰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최근 민주화운동의 결과이다.

 

기미독립운동으로 투옥된 사람들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농민과 노동자 수는 5200명이 넘어 전체 투옥자의 62%가되며, 지식인이라 할 교사, 학생, 종교인, 기타 공무 자유업자는 21%, 상업 및 자영업 종사자는 10%이었다.

 

우리는 민족지도자들과 민중들의 의로운 열기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시대의 수치스런 변절을 잊을 수 있겠는가?

 

최근 우리는 70년대 반군사독재 운동, 8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에 선봉이었던 이들 중 어떤 이들이 반민주적, 반개혁 집단에 가담하는 변절의 모습을 본다. 좌절된 현실과 부서져가는 인간성을 또다시 목격한다.

 

기미독립운동의 진정한 주체는 바로 견딜 수 없는 탄압과 유혹 속에서도 민족이 지닌 자주성과 생명을 확신하며 민족의 역사 속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4개월 후 우리는 6.10 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또다시 우리 눈앞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역사를 포기하는 변절의 현실을 보아야 할 것인가? 변절은 역사를 파는 일이며 자신을 악마에게 팔아넘기는 일이다.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