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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이명박의 독설 - 김희수

김희수(전북대교수·법대)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공인으로서 정치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적 쟁점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촌놈이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바야흐로 정치 계절이 도래하였음을 웅변한다.

 

이명박 씨는 극빈한 가정에서 자라나 갖은 고난을 이기고 월급쟁이들의 우상으로 커온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가난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현대의 최고경영자로서 막강한 위세를 떨친 경력 때문인지 가난한 국민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가난으로부터 그들을 구해 줄 것이고,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로 만들어 줄 ‘구세주’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국민의 믿음이 허상인가 아니면 근거가 있는 것인가.

 

그는 최근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곧 돈 없는 사람은 이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돈 많은 사람이 돈 많이 쓰는 물신정치는 정당한 것이고, 재산이 200억 원이 넘는 자신처럼 돈 많은 사람만이 정치할 자격이 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자수성가형 사람들한테서 흔히 나타나는 독단과 오만을 그대로 내뿜고 있는 그의 인격을 투영하는 발언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해서 나는 이렇게 성공했잖아 너희들도 해봐! 그렇지 못한 놈이 병신이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는 말도 거꾸로 해석해보면 여자가 아니기에 국민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여자들의 애환과 차별을 알지 못하고, 장애인이나 소수자의 아픔을 알지 못하며, 서울에 살고 있어 지방의 서러움을 알지 못하니 말할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반지성적 편견과 다름없다.

 

본심을 드러내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기독교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 “70-80년대를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산업시대를 비난한다.”는 발언 또한 상식을 뒤엎는 몰지각한 발언이다.

 

전자가 서울이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자신이 가진 종교를 절대시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자들에게 대하여는 조금도 배려할 줄 모르는 차별적 발언이라면, 후자는 동시대를 살면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모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어 하는 피둥피둥 살찐 자아중심적·소아병적 독설일 수밖에 없다.

 

타인을 폄하하고, 나와 다른 이들을 포용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갈가리 찢어진 남북 조국의 상처는 껴안을 수 있겠으며, 지역주의 및 각종 직역 이기주의 등을 보듬고 화합과 상생이라는 외로운 대통령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는가.

 

그가 산업시대 운운하지만 그 산업시대를 진정으로 이끌어 갔던 그 시대의 공순이와 공돌이가 진정한 산업화의 역군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는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없다. 지치고 분노한 국민들이 절망의 끝자락에서 잡고 있는 동아줄이 혹시 썩은 동아줄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김희수(전북대교수·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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