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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편안하게 생 마감할 권리 - 곽병선

곽병선(군산대교수)

10여 년 전부터 웰빙이 우리사회의 코드가 되었다. 웰빙이라는 말은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뜻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웰빙을 위해서 가끔 주말에 군산의 월명산을 산책한다. 금강과 서해를 바라보면서 수목이 울창한 산림 속에서 가슴 깊숙하게 들어오는 상큼한 공기를 마시면서 한 주일의 새로운 활력을 얻곤 한다. 공원을 걷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산책의 즐거움이다. 어느 날 산책을 하면서 불현듯 우리 사회에 노인 인구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노인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만큼 풍요로워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오래 살게 된 것이 잘 된 일이라고 기뻐만 하던 나의 생각에 심각한 반전이 일어났다. 90평생 병원 한 번 가지 않으시던 어머님이 지난 1월에 갑자기 노환으로 자리에 누우셨다. 어머니는 3개월 째 자리에 누우셔서 식사와 모든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셨다. 어머니는 평소에 3일만 아프다가 잠자듯 천국에 갈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 그러나 인간의 생사와 운명이 어찌 사람의 뜻대로 되겠는가. 어머니는 당신이 가장 염려하시던 일이 운명처럼 닥치시자 무척 힘들어하신다. 자식들에게 미안하시다는 말씀을 하시고, 그런 말씀을 듣는 자식의 입장은 더더욱 민망하기 그지없다. 어머니는 다행스럽게 8명이나 되는 많은 자식을 두셨다. 그래서 8명의 자식들이 어머님을 간병하는데 어려움이 크지 않다.

 

웰빙을 통해서 풍요한 삶만을 꿈꾸었던 나의 생각들이 어머니의 투병을 바라보면서 많은 상념을 낳게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그 많은 노인들이 병들었을 때 누가 어떻게 돌보아 주는가? 노인들은 자신의 늘어난 생에 대해서 얼마나 행복해 하는가? 우리 사회는 과연 노인들의 늘어난 삶을 감당할 여건이 되어 있는가?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산다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생의 종말을 맞게 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에게 어떤 여건을 제공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즉음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누울 수 있고, 자신의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손길이 필요하다.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넘길 수 없다. 자식이 부모의 삶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돌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식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의 마감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부닥치는 필연이다. 죽은 자가 말이 없다고 하여 우리 사회는 살아있는 자 위주로만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할 시점인 것 같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은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 대하여 적절하고도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고 있고, 적절한 시스템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국가와 지역사회도 그들이 생의 마지막을 좀 더 존엄하게 마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제공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오늘도 길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노인들은 자신들의 생의 마무리를 생각하고 고뇌할 것이다. 그들이 이 사회에서 온 몸을 바쳐 살아 왔듯이 생의 마지막 길을 가는 그들에게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 살아 있는 자들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곽병선(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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