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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언제까지 '해쳐모여' 타령인가 - 곽병선

곽병선(군산대 법학과 교수)

서구 선진국들의 정당들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정당들 중 20년 넘은 정당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당이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정당의 현실은 이와 같은 사전(辭典)적 개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선이나 총선을 위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논리에 따라 급조된 단체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당에서 이념이나 정치적 주의는 사라지고, 오로지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이나 정치지형에 따라 기존의 정당이 사라지고 새로운 정당들이 급조되곤 한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창당 시에 10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당을 만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였고, 국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원내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몇 번의 보선에서 참패하고 정당지지율이 급락하자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더니만 요즈음 들어서는 서로를 공격하는 해괴망측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당대표와 고위당직을 역임했던 사람들까지 앞 다투어 자신들의 과거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정당정치는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다. 국민은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과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정당을 통해서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들은 국민들의 욕구보다는 자신들의 욕구만을 채우려는 이기적 존재로 비쳐질 뿐이다.

 

지난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후보는 전라북도에서 90.6%의 지지를 받았었다. 16대 대선에서 전라북도민들은 노무현후보에게 90.7%라는 더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 노무현대통령은 호남의 맹주라고 자처하는 김대중 전대통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던 것이다. 16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은 전라북도 10개의 선거구에서 8명만 당선시켰었다. 소위 황색바람이 휘몰아쳤던 당시의 지역현실 속에서도 한나라당 강현욱후보가 군산에서, 무소속 이강래후보가 남원 순창에서 각각 당선되었었다. 참여정부시절에 실시된 지난 17대 총선에서 전라북도민들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11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만을 전원 당선시켰다. 열린우리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 지역을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전북도민들은 이심전심으로 영남출신인 노무현후보를 매개로하여 지역구도에 의한 정치구도의 타파와 새로운 개혁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집권기간 내내 전북도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절망을, 지역구도의 타파보다는 새로운 지역연합을 꾀하는 진부한 모습으로 실망만을 주었을 뿐이다. 특히 방폐장설치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면서 부안과 군산을 포함한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

 

바야흐로 열린우리당은 핵분열의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이에 따라 전북의 정치권도 사분오열되어가고 있다. 언론에서 전하는 집권여당의 핵분열은 마치 퍼즐게임을 맞추는 것 못지않게 복잡하다. 정당정치의 핵심은 정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위들을 선거를 통해서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기존의 정당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통해서 국민들이 미래만 판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는 떳떳하지 못하니 덮어두고 괜찮은 미래가 있으니 이것만 판단해달라고 한다. 그 미래도 새로운 선거철이 되면 과거가 되고, 이들은 또 다시 과거가 없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지 않겠는가?

 

/곽병선(군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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