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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군자의 행실 소인의 행실 - 김학권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최근 신문방송에서는 정치권의 각종 의혹 제기와 진실공방이 어지럽게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외형적 모습을 인간의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그 외형적 모습과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다. 파스칼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은 우리가 생각한다는데 있다고 한다.

 

사람의 위대한 가치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 가치를 실행할 때 더욱 빛나게 됨을 본다. 좋은 환경 속에 놓여 있을 때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 수행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역경에 놓이게 되면 항용 자기의 잘못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을 탓하고 원망하며 사람의 도리에 어긋난 죄악을 범하기 쉽다. 따라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의연하게 기울이게 될 때 그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

 

『논어』「위령공」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초나라 왕의 초빙을 받아 초나라로 가던 도중 진나라 군사에게 포위를 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먹을 식량도 떨어지고 병자까지 발생하게 되자 의협심이 강한 자로는 이러다가는 모두 굶주리고 병들어 죽겠구나 싶은 생각에 분을 참지 못하고 공자에게 “군자도 궁핍할 때가 있습니까?”라고 대들었다. 이 뜻은 선생님께서는 학문이나 덕행이 다 훌륭하신 군자이신데 왜 이렇게 궁핍한 상황을 당해서도 가만히 계십니까? 라는 불만의 물음이었다. 자로는 이 일이 진나라 사람들의 무도함 때문에 생긴 것이니 이들의 양식을 빼앗아도 상관없고, 그들을 속이거나 매수해서라도 이 포위망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먼저 공자의 의향을 타진해 보려는 것이었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소인은 궁핍하면 무슨 짓이든지 함부로 행하게 되지만, 군자는 궁핍한 때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 행실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고궁(固窮)’이라는 것이다.

 

소인의 태도는 인생을 짧고 좁게 보아 사욕을 위하여 공덕을 저버리는 것이지만, 공자의 고궁의 인생 태도는 인생을 크고 길게 보아 공익을 위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사익의 희생을 감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멀리 보면 사익만의 추구는 자기는 물론 전체를 망치게 하며, 공익의 추구는 전체는 물론 자기 자신도 살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난무하고 있는 각종 불법과 비리의 폭로사태를 접하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또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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