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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사투리의 소중함

「눈 오는 날 싸박싸박...」펴낸 김규남 객원교수

조폭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전라도 사투리다. 그것이야 말로 방송이 만들어낸 굴절된 이미지. ‘뽀미언니’를 보며 말을 익히는 요즘 아이들이 ‘여시코빼기’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가치와 무관하게 사라져야만 하는 전라도 말들을 모아 김규남 전주대 한국어문화교육센터 책임객원교수(45)가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오는 날 장감장감」(문학동네)을 펴냈다.

 

“옛날 같으면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 베고 자라면서 저절로 사투리를 익혔겠죠. 지금은 텔레비전에 몰입하는 시간도 많고 또 학습을 통해 말하기를 배우는 경우가 많아 사투리가 많이 사라졌죠.”

 

김교수는 시간의 깊이를 가진 방언들이 불과 2∼30년 사이 표준어로 획일화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방언의 다양성은 문화의 다양성과 일치한다”며 “방언이 사라진다는 건 오랜 문화유산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것과 같아 민족으로서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언어를 바라볼 때 병들었다고 고치려고 처방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관찰하고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자연적인 언어 상태를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죠.”

 

그는 “사투리가 자연언어라면 표준어는 자연언어를 소재로 한 인공언어”라며 “문화적 관점에서 방언을 통해 한국 사회를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일상생활에서 고른 방언 어휘에 대한 설명과 그 어휘에 담긴 원형적 정서나 사회문화적 속성들에 초점을 맞춘 1∼2부와 현지 주민들의 육성이나 민담, 민요 속에 담긴 방언을 다룬 3부, 문학작품이나 고소설, 판소리 등에 담긴 방언 어휘를 찾은 4부로 구성됐다.

 

“사회언어학 연구를 해 온 일부 학자들은 기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 수록 자기 언어, 자기 지역문화 보존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봅니다. 전주와 전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때 방언도 잘 보존될 수 있는 겁니다.”

 

대학 시절 ‘언어학개론’ 수업을 통해 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된 김교수는 8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방언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전북대 방언연구회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교수가 만든 것. 청춘을 방언과 함께 보냈으며 지금도 방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나에게 방언은 학문의 대상만이 아니라, 시간의 토대 위에 견고하게 다져온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만나는 통로였으며, 역동적 변화의 굴레 앞에서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며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목도하는 수단이었고, 한국 현대사 속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견디어온 개인사를 만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김교수의 방언 사용 정도는? 그는 모든 화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며 평상시에는 강의때문에 사투리를 쓸 기회가 별로 없지만, 친구들이나 고향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방언이 나온다고 했다.

 

완주 출신으로, 남성고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방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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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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