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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노인을 공경합시다 - 김학권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요즈음 아침저녁의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노변의 은행나무도 가끔씩 몰아치는 바람에 잎을 흩날리며 도시의 거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여름 내내 푸르렀던 산과 들도 텅 비기 시작한다. 초목은 계절의 변화를 따라 봄에 잎을 내밀고 여름엔 무성하게 자라 꽃피우며 가을이 되면 알찬 결실을 맺어 다음 해를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 해가 되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생명활동을 지속한다. 우리의 삶도 세월의 흐름을 따라 태어나 자라고 성장하며 활동하다가 노년에 접어들면 삶의 무대를 자녀 세대에게 넘기고 생애를 마감한다. 결국 우리 인생도 초목과 마찬가지로 유한한 삶을 대를 이어가면서 영원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심의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 잎이나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단풍나무처럼 우리의 노년의 삶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전주시는 유엔이 노인의 날로 정한 10월 2일이 낀 1주일간을 ‘노인주간’으로 선포하고, ‘공유와 소통’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대 화합을 다지는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 행사는 시민의식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성숙시키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였다. 사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의 부모 역시 그들 부모의 자녀로 태어났으며, 우리의 자녀 또한 우리를 부모로 해서 태어나 성장한다. 이처럼 대를 이어가며 부모와 자녀의 관계 속에 우리의 삶은 영속된다. 따라서 우리 각자는 모두 이전의 세대와 이후의 세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즉 한편으로는 부모의 삶을 계승하여 보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후손에게 전하면서 우리의 삶이 영위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물론 우리의 정신도 우리만의 창작물이 아니다. 이미 부모 이전부터 조상 대대로 형성된 몸과 정신이 부모를 통해 자녀인 우리에게 전수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 몸의 어느 것 하나 부모를 떠나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의 정신 또한 부모의 가르침 없이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오늘의 나는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나 이전의 조상과 나를 이어받게 될 후손들이 함께 공유하게 되는 공유물이다. 『효경』에서 “나의 몸, 나의 모발, 나의 피부 모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 만큼 조금도 훼손되지 않도록 잘 보전함이 효도의 시작이요, 행실을 바르게 하고 사람의 도리를 행하여 훌륭한 인물로 후세에 널리 칭송받음으로써 부모를 영예롭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삶을 독립된 별개의 삶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삶이 하나로 직결되어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나는 부모의 몸과 정신을 물려받은 부모의 분신이며, 부모는 현재의 나를 있게 하는 나의 근원이다. 따라서 부모에 대한 효도와 노인에 대한 공경은 나 자신의 본원에 대한 자각이며 사랑이다.

 

이제 우리 고장이 단풍만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노년의 삶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삶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인을 공경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그런 고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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