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녀(전주여성의전화 대표)
올 한해 무탈하셨나요? 날마다 새로웠으며 발걸음이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가슴 벅차게 보낸 한해였나요? 아니면 허탈과 고통, 절망으로 점철되지는 않으셨나요?
오늘 성탄절 이브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에게 충만하시길 빕니다.
풍경1 : 모 방송국의 TV드라마에 비친 내용입니다. 수능전국수석. 국가의사고시 수석의 여자 인턴이 의학계의 기피 과에 속하는 흉부외과 레지런트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고 병원 앞에서 데모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작가와 방송사의 제작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추측하건대 흉부외과에 우여곡절 끝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풍경2 :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이른 아침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분이 아주 작은 손수레 같은 것에 빈 상자, 헌신문지, 고장난 전기밥솥 등을 싣고
힘겹게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뒷모습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든지요.
풍경1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그 인턴이 남자라면 떨어질 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하위수준입니다. 우리 사회저변에는 ‘여자니까 안돼!’ 여자니까 어려워! ‘여자가 감히 재수 없게! 이렇게 말하는 편견과 오류속에서 여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 여자들이여 용기를 내십시다.
풍경2의 모습은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는 가난한 할머니의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올해 우리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빈부의 격차도 심해진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노인과 아줌마들이 일자리 찾기에 나섰지만 그들의 일자리가 늘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어른들과 아줌마들은 대학을 졸업한 아들, 딸들의 취업난을 걱정하고 또 걱정했습니다. 정작 자신들의 생계는 어렵게 꾸려가면서.
가정폭력 남편들은 ‘가족에게 사랑 받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사랑을 줄줄 몰라서’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화풀이 하는 방법이 폭력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아내에게 무슨 죄가 있는 걸까요?
소녀, 처녀, 아줌마, 할머니들이 존중받는 우리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평등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니까요. 대선이 끝났습니다. BBK만 듣다가 선거를 치루었습니다. 한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였는데 BBK만 들었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어수선했던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생명을 낳는 여자들에게 희망이 넘쳤으면 합니다.
고정희 시인의 시를 여러분에게 드리며 맺을 까 합니다.
모든 여자는 생명을 낳는다네/ 모든 생명은 자유를 낳네/ 모든 자유는 해방을 낳네/ 모든 해방은 평화를 낳네/ 모든 평화는 살림을 낳네/ 모든 살림은 평등을 낳네/ 모든 평등은 행복을 낳는다네.
/김귀녀(전주여성의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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