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기름유출사고가 19일째를 맞고 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출된 기름띠와 타르덩어리들이 천수만에 이어 남하하면서 황금어장인 고군산군도 일대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북지역 최대 어장으로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을뿐만 아니라 새만금 방조제와 인접해 있는 관광명소이다.
다행히 기름띠가 계속 약화되고 있고 외곽 서해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불행중 다행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피해어민들의 고충과 생계터전을 잃은 어업인 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어떻게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번 사고를 겪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위기에 처하면 하나로 뭉쳐 극복해내는 우리 국민의 놀라운 저력이다.
하루 5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피해지역을 찾아 인간띠를 이뤄 그 어떤 최첨단장비로도 해낼 수 없는 놀라운 방제성과를 거두었다.
방제자문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던 외국의 방제전문가들이 오히려 우리 국민의 자원봉사열기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열기가 빨리 식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추가확산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지만, 완전한 피해복구는 아직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발길이 닿기 어려운 해안지역 곳곳에는 여전히 기름범벅된 바위와 모래가 남아있다.
또한 해상방제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바닷물 속으로 그대로 가라 앉은 일명 '오일볼'에 의한 2차 오염문제도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 작은 공모양으로 뭉쳐 가라앉아 있다가 기온이 상승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때 햇볕을 받아 터지면 심각한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한국농촌공사는 그동안 가용가능한 인력 장비를 총동원하여 방제노력을 펼쳐왔다. 충남도 관내 인원뿐 아니라 본사, 본부, 사업단 등에서 구성된 피해복구지원단을 1일 100명씩, 상황종료시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12일 피해복구지원금 1억원을 기탁하였고, 복구 작업에 필요한 방제복과 장화 등 5천만원 상당의 방제장비도 별도로 구매해 복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다소나마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앞으로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시름마저 더할 기름유출 피해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연말 연시를 맞아 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모처럼 불기 시작한 자원봉사의 열기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전북도민의 역량을 결집해서 서로 돕고 나누는 지혜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북지역 서해안을 기름유출 피해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 농촌공사에서도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 투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해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특히 오늘은 2,000여년전 세상에 찾아와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약속하셨던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저무는 한해를 돌아보며 올 한해가 1만2547㎘의 원유가 해상으로 유출되었다는 사상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억되기보다 사랑과 나눔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낸 역사적인 한해, 고향 전북에서 희망을 찾은 한해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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