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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글쎄요, 생각 좀 해 봅시다

우리 한국인들은 서양인보다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려는 자폐성이 짙은 것 같다. 이를테면 자기의 뜻이나 의견을 흑백 또는 가부(可否)로 분명히 밝히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예스냐 노냐, ○냐 ×냐, 흑이냐 백이냐, 또는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서양인의 것이고 그들의 고민이지 우리에게는 “글쎄, 생각 좀 해 봅시다.”거나 “다 그런거지 뭐.” 하는 식의 반응밖에 기대할 수 없다.

 

이들 완충이나 회색 표현의 저변에는 아마도 조상 대대로 농경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밝힘으로써 상대방의 의견과 상충되어 공동생활의 화합의 미풍을 깨지 않으려는 은근한 배려가 그 속에 깔려 있는 듯 하다.(천소영)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공연히 ‘척’하거나 ‘티’를 내다가는 남의 입방아에 오르기 십상이다. 우리말 ‘티’나 ‘척’에 해당되는 말이 영어의 ‘-tic’이요, 한자어의 ‘적(-的)’이 아닐까 싶다. 한때 ‘12.12’란 정치적 사건을 두고 정부에서 ‘군사 구테타적(的)사건’이라고 규정하여 시비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이 ‘-的’이란 접미사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불투명성 표현의 대표적인 글자이다. 귀족적이라 하면 귀족은 아니면서 귀족행세를 하는 ‘그렇고 그런’ 족속의 행태를 이름이다.

 

그런데 ‘그는 인간적이다’란 말은 있어도 ‘그는 사람적이다’란 말이 성립될 수 없는 것처럼 ‘-적’은 한자어에만 붙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구테타(Coup dtat)’와 같은 불어에도 이 ‘적’이 붙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적’은 또한 고유어 접사 ‘-스럽’과 비슷한 의미를 가졌다. 다만 같은 한자어라도 ‘-스럽’이 붙은 말은 ‘-적’이 오지 못하고, 반대로 ‘-적’이 붙은 말은 ‘-스럽’이 첨가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겠다. 예컨대 ‘고통스럽다’는 ‘고통적이다’로 쓰일 수 없고, ‘개방적이다’는 ‘개방스럽다’로 쓰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적’은 또한 활자적(活字的) ? 학교적(學校的)처럼 쓸 수 없듯이, 한자어 중에도 구체적 대상을 표시하는 말과는 결합하지 못하고, 이어지는 조사도 서술격 ‘-이다’에 국한되고 주격과 목적격과는 결합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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