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14:04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국회의원이 뭐길래 - 권혁남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 교수)

그야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4월의 국회의원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는 소리가 잇따르고 있고, 목 좋은 고층 건물마다 후보들의 걸개그림이 펄럭거리며, 매일 같이 집으로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분명 우리나라는 정치중심의 사회이다. 아직도 정치는 모든 분야보다 우위에 있고,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국회의원 자리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과학자와 스포츠맨, 의사, 판검사, 변호사, 교수, 기자, 기업가는 물론이고, 여기에 아나운서, 코미디언, 탤런트, 가수들 까지 제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정치판의 진흙땅 싸움에 뛰어든다. 각 분야에서 성공하여 존경받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이 그 동안 쌓아온 명성마저 더럽히고 퇴장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만약 이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존경을 받고 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고도 남았을 인물들이다.

 

이들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자신을 위한 것은 손톱만큼도 없고 모두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이다. 각양각색의 거룩한 출마의 변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역시 지역발전을 위해서이다. "내 자식의 고향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고향도 살리고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펴기 위해"서란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변호사의 출마의 변은 철저히 자기희생적이다. "오랜 변호사 활동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마다 시기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나서는 것이 1년에 10억원 이상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겁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요."

 

이밖에도 자신이 전공한 분야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 출마한다는 사람도 많다. "제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CEO출신),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성형하고 싶어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성형수술은 한 사람에게 만족을 주지만, 대한민국을 성형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 더 보람이 클 것"(성형외과 원장), "의료 분야에서 한의학이 가장 국가 경쟁력이 있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한 법안을 만들고 싶어서“(한의사), "판사로서 개개인의 분쟁을 해결하는 보람도 있었지만, 그 밑거름인 입법 활동을 통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판사), "경제나 법률 전문가는 국회에 많은데, 과학 전문가들이 거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물리학과 교수).

 

시중에는 국회의원을 조롱하는 온갖 유머나 퀴즈들이 넘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국회의원과 정자(精子)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라는 퀴즈이다. 정답은 “인간될 확률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매우 모독적인 유머이다. 지난 2007년 연말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10개의 국가기관 중에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기관으로 국회(의원)가 선정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정책입안, 면책특권, 불체포 특권을 갖는 등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많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때로는 조롱까지 받는 자리이다. 연봉으로만 따져도 국회의원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그리도 그 자리를 탐내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안 해본 사람은 모르는 쏠쏠한 재미가 있고 그것이 궁금해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