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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낭만(浪漫)

1930년대의 시 동인지(詩同人誌)에 ‘浪漫’이 라는 것이 있었고, 역시 30년대의 신극단 이름에도 ‘浪漫座’라는 것이 있었던 것을 보면 ‘浪漫’이라는 말이 이 땅에 건너온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한데, ‘낭만, 낭만적, 낭만이 없다.’ 어쨌다 등의 말을 흔히들 쓰고는 있는데도 그 뜻은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낭만’이란 말은 옛 프랑스 말 ‘로망(Roman)’에서 나온 것으로, 어원은 라틴어의 ‘로마니스’인데 원래 ‘속어(俗語)’로 씌어진 ‘설화(說話)’를 뜻했다 한다. ‘기이하고 가공적이며 감성적이고 경이적’이라는 뜻을 갖게 된 이 말은 17세기 중엽 영국에서 가장 먼저 쓰이기 시작하여 18세기 작가들에게서 그 용례(用例)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로망’을 일본 사람들이 번역, 표기하면서 자기네식 발음으로 로망과 가장 가까운 한자(글자의 뜻은 없지만) 옷을 빌어 씌워 놓은 것이 ‘浪漫’ ‘浪曼’ ‘魯漫’ 이었다 한다. 일본식 발음은 모두가 ‘로망’이다.

 

그런데, 이 중 ‘浪曼’과 ‘魯漫’은 버리고 ‘浪漫’만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 사람의 표음적(表音的) 프랑스말인 ‘로망’을 우리나라 낭만주의 문학 태동기에 수입, 그대로 써 온 말이 ‘浪漫’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차라리 ‘노만(魯曼)’쪽을 택했더라면 원음(原音)인 ‘로망’과 가까워 다소의 체통은 세웠을 것도 같은데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요즘 전산화니 산업 로봇화 등 첨단 과학발달에 의한 기계화에 밀려 낭만이 우리의 생활 갈피에서 소멸 내지 퇴색될까 봐 걱정이다.

 

‘낭만 실종신고’를 해야 한다는 성급한 젊은이도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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