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우리 농촌을 묘사하다보면 주름가득하고 햇볕에 검게 그을린 촌로의 모습이나 시골장터에 앉아 나물 파는 늙은 아낙들의 팍팍한 삶과 고단한 하루가 연상되곤 한다. 농촌사회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2.1%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다하는 통계를 접할때마다 고령농업인들의 노후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시에서는 이미 은퇴하여 여가생활을 즐길 법한데 우리 농촌 현실에서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농업인의 고뇌가 있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수 없이 편안해야 할 노후를 포기하고 허리 구부러진 몸을 더욱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1세 이상 고령농가중 소득으로 가계비를 충당 못하는 농가비율이 34.8%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영농을 중단하면 여유로운 노년 생활은커녕 당장 생계가 막막해 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공적연금이나 경로연금 등 노후소득보장대책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중장년층 농업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가입율은 53.2%에 불과하고 개인연금 가입율은 12%인 상황에서 이들 농업인의 미래 노후생활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령에도 농사짓는 일이 반복되고 70세 이상이 되어서야 영농을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고령농의 지각은퇴는 구조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소득의 정체로 이어져 결국 젊고 경영능력있는 농촌인력 양성이 어렵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된다.
필자는 이처럼 딜레마에 빠진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선순환의 고리역할을 해줄 방안으로 『농촌형 역모기지』제도를 도입해줄 것을 제안한다. 이미 주택 역모기지론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담보 가치가 충분한 도시지역에나 적용될 수 있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낮은 농촌지역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주택보다 자산 비중이 높은 농지를 매개체로 한 새로운 형태의 복지제도가 있어야만 그나마 노후생활의 시름을 덜어주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직접 농사지었던 농지는 은퇴할 때 한국농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기면 연금소득과는 별도로 임대소득을 올릴수 있어 농가소득 안전장치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평균적으로 연간 450만원 정도의 연금소득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연구결과도 있다.
농촌형 역모기지는 농촌의 특수성과 농지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조화시켜 갈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상품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FTA 등 농업개방화와 농촌고령화문제를 실효성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농촌복지차원에서 접근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고령농업인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수 있도록 범국민적인 공감대와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농촌은 어느 국가, 어느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자 튼튼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무병장수하는 우리 농촌을 기대하며 농지(農地)가 장수(長壽)를 부르는 농촌형 역모기지의 도입을 기대한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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